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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민노총이 해결 요구한 ‘장기파업 사업장’ 실태는

등록 2006-03-15 19:59

지난해 4월22일 오후 청주 하이닉스매그나칩 공장 잔디밭에서 비정규직 대량해고 규탄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부서진 공장 담장벽을 통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청주/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지난해 4월22일 오후 청주 하이닉스매그나칩 공장 잔디밭에서 비정규직 대량해고 규탄 집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부서진 공장 담장벽을 통해 밖으로 나오고 있다. 청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불신깊어 협상 안돼…깡패 동원 노조말살도

부천 세종병원에서 일하는 김숙희씨(가명)는 50일 넘게 병원 로비의 차가운 시멘트 위에서 빨간 투쟁 조끼를 입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있다. 자신이 일했던 원무과는 로비 농성장 바로 옆에 있지만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김씨가 농성장을 벗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해도, 회사에서 고용한 덩치 큰 용역회사 직원이 따라 붙어 극도의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욕을 내뱉는다.

15곳 한달 넘게 파업중…노동계는 17곳 주장
비정규직 정규직화·해고자 복직등 난제 겹겹
노동부-민노총 매주 모임 열어 해결책 찾기로

지난 1월23일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원무과 팀장은 김씨를 불러 “너 같이 일 못하는 ○들이 노조하고 있다. 팀원들에게 너를 왕따시키라고 지시했다. 당장 때려치워라”는 등의 폭언을 쏟아냈다. 김씨는 자신이 이런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이유가 “단지 노조원이기 때문”이라며 울먹였다.

이 병원의 또 다른 노조 조합원은 “지난 13일 파업 농성을 벌일 때 용역회사 직원들이 여성 조합원들의 가슴과 음부를 손과 발로 찼고 임산부에게 물대포를 퍼붓는 등 성희롱과 인권 유린을 자행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천 세종병원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심장병 전문병원이다. 하지만 이 병원은 대표적인 장기 파업 사업장으로 꼽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세종병원 노조는 주5일제 도입, 임금인상,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6월22일부터 교섭을 시작했다. 하지만 병원 쪽은 교섭을 시작한 지 40일만에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6개월 동안 불성실교섭으로 시간을 끌다 올 2월1일 단체협약을 없애버렸다. 병원 쪽은 “노조가 무리하고 과도한 요구를 하고 병원 경영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 대화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세종병원과 같이 한달 이상 파업을 벌이고 있는 장기투쟁 사업장은 노동부 집계로 15일 현재 15곳이다. 이 가운데 10곳이 지난해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다. 분류기준이 다른 민주노총은 17곳을 장기투쟁 사업장으로 보고 있다.

이들 대부분의 사업장은 노조 탄압, 비정규직·해고자 복직 등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로 노사가 진통을 겪고 있다. 문선곤 민주노총 노사대책위원장은 “장기파업 중인 회사 경영진 상당수가 노무관리 전문가를 고용해 노사관계 권한을 모두 넘겨 버리고 있다”며 “전권을 위임받은 노무관리 전문가들이 용역 깡패를 동원해 노조를 말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와 사용자의 직접적인 대화 창구가 막힌 상태에서 노사 모두 감정의 골만 깊어가 장기 파업을 낳고 있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정부가 직접 개입해 이런 문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 쪽은 노사 문제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한겨레>가 마련한 노사정 토론회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장기투쟁 사업장 해결에 적극 노력하겠다”는 보도가 15일 나가자, 곧바로 노동부와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실무협상을 열고 앞으로 매주 월요일 장기투쟁 사업장 해결을 위한 정례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여기엔 노동부 노사정책국장과 민주노총 노사대책위원장이 참가해 장기투쟁 사업장 현안을 점검하고 관할 노동관서와 함께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노동부 쪽은 “장기투쟁 사업장의 노사 쟁점 하나하나가 난제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속도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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