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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조를 공갈범 내몬 윤석열 정권이 양회동을 죽였다”

등록 2023-05-04 18:18수정 2023-05-05 08:42

들끓는 건설노조
“노조를 자랑으로 여긴 양 지대장 자존심 짓밟아”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50)씨 빈소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조문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50)씨 빈소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돼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조문하고 있다.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영장에 적힌 이 ‘공갈’자만 빠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당뇨가 심해 며칠 쉬어야 할 때도 조합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까봐 미안해 했습니다. 늘 자기를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양회동입니다’라고 소개 했습니다. 그런 사람의 자존감을 무참히 짓밟은 것입니다.”(김현웅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달라”는 유서를 남긴 채 노동절이던 지난 1일 분신한 뒤 끝내 숨진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50)씨를 기리기 위해 4일 건설 노동자들이 모였다. 이날 건설노동자 등 3500여명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 모여 ‘건설노조 전국확대간부 상경투쟁’을 열었다.

이들은 불안정 간접 고용이 만연한 건설현장에서 노동조합의 특별한 의미를 강조하는 한편, 노조 활동을 ‘불법’으로 모는 정부에 날을 세웠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건설 노동자들은 노동 조합을 통해서 생존의 길을 찾았다. 노동조합을 통해서 건설 현장을 안전하게 바꾸어 왔다. 건설노동자들이 노가다나 막장 인생이 아니라 노동자로 살 수 있도록 변화 시켜왔다”며 “그것을 불법으로 비리로 폭력으로 매도하고 갈취범, 공갈범으로 내몰았던 윤석열 정권이 양회동을 죽였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채용절차가 없는 건설 현장에서 노동조합은 고용과 노동 조건을 단체 교섭으로 결정해 건설 산업에서 최소한의 노동 조건을 지키는 노릇을 한다. 양씨는 이런 교섭을 담당하는 노조 간부였다.

노동조합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집회에 참석한 건설 노동자들은 결의문에서 “건설노동자들의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 요구는 너무나 상식적인 것이고 그 정당성을 수차례 주장하고 입증하여 왔다”며 “그러나 돌아온 건 노동법이 아니라 형법을 적용하며 구속영장청구 남발과 강압적 수사였다”고 말했다.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위원회는 2004년 건설노조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진정에 대해 노조 활동에 대한 공갈·협박 등 형법 적용이 “정상적인 노조 활동의 발전에 불리한 위협적이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이날 낮 12시께 양씨의 빈소가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빈소를 찾은 동료들은 빈소 앞에서 부둥켜 안으며 오열했다. 빈소 안 제단에 놓인 영정사진 속 양씨는 ‘단결 투쟁’이라고 적힌 붉은 띠를 두르고 있었다.

정치권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영교, 박주민, 진성준 의원 등과 빈소를 찾아 “더이상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할 국가때문에 국민이 극단적 선택하는 일이 없어야한다. 어려운 환경이긴 하지만 노동자 여러분께서도 죽지말고 살아서 싸우기 바란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애초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자 했던 가족들은 양씨의 유서를 보고 노동조합에 장례 절차를 위임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양씨의 장례는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진다. 발인 등 장례 일정과 건설노조의 투쟁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매일 저녁 7시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노조탄압에 맞서 항거하며 산화한 양회동 열사 추모 촛불문화제’가 열린다.

김해정 심우삼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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