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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사 자체 ‘산업안전 위험성평가’…단순화하려다 유명무실해질라

등록 2023-05-21 17:21수정 2023-05-21 20:29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노사가 자체적으로 사업장의 산업안전 관련 유해·위험요인을 찾아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위험성평가 제도’가 단순해진다. 중소기업 등에선 적용하기에 복잡한 일부 과정을 덜어내 30%대에 그치는 제도 시행률을 높이겠다는 게 정부의 개선 취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양한 유형의 사업장에 같은 평가 틀을 적용하면 형식적인 제도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을 개정해 2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산업안전보건법에 도입된 위험성평가 제도는 사업주가 스스로 노동자에게 부상이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사업장의 유해·위험 요인을 찾아내 개선 방안을 자율적으로 세우고 실행하는 자율안전관리제도를 의미한다. 이 과정엔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를 비롯해 관리감독자, 안전보건관계자 등이 참여한다. 노동부는 지난해 말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처벌과 단속 위주의 규제에서 자기규율 예방체계로의 전환을 선언했는데, 이번 개편안은 그 연장선에서 나왔다.

개정안의 핵심은 위험성평가의 단순화다. 지금까지는 위험성평가를 위해선 사업주가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질병의 발생 가능성(빈도)과 중대성(강도)을 추정해야 한다. 1∼5단계의 사고발생 가능성(빈도)과 1∼4단계의 사고결과 중대성(강도)을 곱해 계산하는 방식으로, 예컨대 사고발생 가능성이 5단계, 사고 결과 중대성이 4단계로 평가받으면 두 숫자를 곱한 숫자 20은 위험성 크기가 ‘매우 높음’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어렵고 복잡해 제도가 중소규모의 사업장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것이 노동부 설명이다. 노동부가 지난 2019년 작업환경실태를 조사한 결과 위험성평가를 하는 사업장 비율은 33.8%에 그쳤다.

고용노동부 제공.
고용노동부 제공.

노동부는 이번에 유해·위험 요인을 추정하는 절차를 없앴다. 대신 위험성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체크리스트법과 위험 수준 3단계 판단법 등 단순한 절차를 제시했다. 또 사업장 성립 이후 한 달 안에 최초평가를 할 것, 평가 전체 과정에 노동자 참여를 보장할 것, 평가 결과를 노동자와 공유할 것 등의 의무를 신설했다.

노동부는 위험성평가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추진키로 했다. 현재 산업안전보건법엔 위험성평가 실시 규정만 명시됐을 뿐, 미이행 때 벌칙 규정은 없다. 노동계는 이를 제도 시행률이 낮은 이유로 지적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에 단순화한 지침이 위험성평가 제도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장은 “위험성평가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작업 현장의) 위험성 추정인데, 이걸 뺐다”며 “단순히 위험하다, 안 위험하다는 기준으로 동일한 방식이 모든 사업장에서 적용되면 위험성평가가 형식적으로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장은 “위험성평가 제도의 개정만으로 부족하다”며 “산업안전보건법 체계를 포괄적 규제로 전환하는 등 근본적인 법 제도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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