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7일 공식 출범한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조합원들이 회사 통근버스 대합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제공
지난해 말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지회장 등이 ‘포스코지회’를 산업별 노조에서 기업별 노조로 조직 변경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 금속노조에서 제명된 가운데, 법원이 제명 효력을 정지하라고 명령했다. 당시 포스코지회는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에서 찬성표가 70% 가까이 나왔음에도, 포스코지회 지회장이 제명되면서 금속노조에서 탈퇴하지 못했는데, 법원 결정으로 전 임원들이 포스코지회에 복귀함에 따라 금속노조 탈퇴 움직임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박범석)는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전 지회장과 전 수석부지회장 등 6명이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제명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대의원회의나 구성원 총회에 조직 형태 변경 안건을 발의하거나 회부했다는 이유로 안건 발의자나 지회 임원들을 제명하는 징계를 허용한다면, 조직 형태 변경 결의를 통해 산업별 노동조합에서 기업별 노동조합으로 전환하는 논의의 기회가 실질적으로 박탈된다”며 “이는 노동조합 내부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과 토론을 막는 것으로, 노동조합의 민주적인 운영 원리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지난해 10월 총회를 열어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를 탈퇴해 기업노조로 전환하는 조직 변경을 추진해왔다. 그러자 금속노조는 지난해 11월 규약 위반을 이유로 포스코지회 지회장을 비롯한 임원, 총회 소집을 요구한 대의원 등을 제명했다. 금속노조 규약·규정은 “해당 단위(지부·지회) 총회를 통한 집단 탈퇴는 불가하다”고 돼 있어, 해당 안건으로 총회를 여는 것 자체가 규약·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11월28~30일 열린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는 69.93%의 찬성표를 얻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제명돼 총회 소집권이 없는 사람이 총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조직 형태 변경 신청을 반려했다. 현재 포스코지회는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포스코지회 쪽은 기존 임원들이 복귀하면 다시 의견을 물어 ‘금속노조 탈퇴안’을 재논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초 서울지방노동청은 ‘지부·지회 총회를 통한 집단 탈퇴는 불가능하다’는 금속노조 규약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날 법원 결정으로 전 임원들이 포스코지회에 복귀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조합원 총회를 열어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경우 금속노조 탈퇴가 가능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실제로 금속노조 탈퇴(조직 형태 변경)가 실현되려면 제명됐던 이들이 조합원이 아닌 ‘임원’으로 복귀해야 하고, 앞서 조직 형태 변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됐던 절차적 미흡함이 없어야 한다. 탁선호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이번 법원 결정은 (제명된 이들이) 조합원 지위를 회복한다는 의미로 조합 임원으로서 지위를 회복할 것인가는 다시 지회 내부에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시정명령에 따라 포스코지회가 총회를 거쳐 금속노조 탈퇴를 결정하고 새로 설립신고를 낼 수 있지만, (총회 소집 요건 등) 절차가 정당했는지를 따지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쪽은 “산별 노조를 탈퇴해 기업별 노조로 변경하는 걸 막아온 규정을 부정한 판결은 아니다”라며 “제명한 전 임원들이 포스코지회에 복귀하면 향후 대응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정규 방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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