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갑질 근절 대책을 마련한 지 5년이 지나고도 정부 대책대로 조례를 제정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226곳 중 단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기초지자체 226곳의 ‘갑질’ 조례를 전수조사해 2일 공개한 결과를 보면, 정부의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갑질 조례를 제정한 기초지자체는 경기도 광주시, 전라남도 신안군, 전라남도 여수시 3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공공분야 갑질 근절 종합대책을 수립해 이에 따른 가이드라인을 배포한 바 있다. 정부는 지자체가 조치해야 할 사항으로 △조례·지침 정비 △반기별 기관 차원 갑질 실태조사 실시 △갑질 예방 및 재발방지 교육 △감사·감찰 부서 내 갑질 전담직원 지정·운영 등을 제시했다. 정부의 이런 조치는 근로기준법의 직장내 괴롭힘 금지 제도가 공무원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대신 공무원에겐 국가공무원법·공무원 행동강령·공무원고충처리규정·공무원 징계령 등이 적용되지만, 피해자 보호·예방조치 등에 대한 내용은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갑질 조례 전수조사 결과, 기초지자체 226곳 중 143곳(63.3%)은 아예 조례를 제정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례를 만든 지자체는 83곳이었다. 조례는 만들었지만 신고·상담기관 조항이 미흡하거나 없는 기초지자체는 45곳(54.2%), 허위신고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는 등 이른바 독소조항을 조례에 담은 지자체는 43곳(51.8%)으로 집계됐다. 광역시·도별로 강원도에선 조례를 만든 기초지자체가 단 한 곳도 없는 반면 대전의 기초지자체 5곳은 모두 조례가 있다.
갑질 조례가 있는 기초지자체 83곳에서도 정부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따르지 않은 사례가 적발됐다. 조례 적용 범위를 살펴볼 때, ‘시, 소속기관, 투자·출연·출자기관에 근무하는 모든 인력’으로 적용 범위가 명시된 기초지자체는 겨우 25곳에 그쳤다. ‘소속 공무원에게만 적용’하는 기초지자체는 27곳이었고, 조례 적용 범위가 명시되지 않은 곳도 2곳이나 있었다. 이밖에 ‘예방 및 근절계획’ 조항과 ‘갑질 실태조사’ 조항이 없거나 미흡한 기초지자체는 각각 12곳, 67곳이었다. ‘신고 또는 상담 기관’에 대한 조항이 없거나 미흡한 곳도 45곳으로 드러났다.
직장갑질119 임혜인 노무사는 “종합대책이 시행된 지도 벌써 5년이지만 아직도 공공부문 갑질에 대한 예방, 대응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조직문화에 회의를 느껴 퇴사하거나 심지어 자살하는 공공부문 노동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뒷북 행정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종합대책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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