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송정역에 들어서는 수서고속철(SRT). 연합뉴스
정부가 철도 민영화에 반대해 진행 예정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의 9월 총파업 때 기관사 대체 인력으로 ‘철도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을 교육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차 운행 비전문인력인 특사경을 단기 교육 뒤 투입하는 데 따르는 안전 문제와 함께 정부가 철도 노동자의 쟁의권을 침해하는 조처라는 비판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이 27일 한겨레에 공개한 지난 7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비상시 철도수송력 확보를 위한 외부(특별사법경찰 등) 대체 기관사 교육계획(안)’을 보면, 코레일은 ‘에스알티(SRT) 운행노선 확대 언론발표에 따라 철도노조 파업 기류 확산, 비상시 대비 운행인력 사전 확보 필요’ 등을 이유로 대체 기관사 교육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은 7월10일 국토교통부 소속 철도 특사경 15명을 대상으로 기관사 실무수습 교육을 시작해 9월 중 과정을 끝내고 현장에 투입할 방침이다.
철도노조가 28∼30일 사흘간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가 가결되면, 이들 특사경을 대체 기관사로 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코레일은 9월4일∼11월3일 8주간 철도 특사경 15명 추가 교육도 예정했다. 또 국가철도공단, 교통안전공단 등 유관기관 직원 15명에 대한 대체 기관사 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철도 안전 문제와 직결될 수 있다. 교육 대상인 철도 특사경은 철도차량 운전면허를 보유한 이들이나 실제 운전업무 경력은 없다. 철도노조 쪽은 “운행 선로를 모르면 까막눈이나 다름없다. 사실상 장롱면허를 가지고 있는 건데, 이들에게 단시간으로 실무수습하고 현장에 투입하는 것은 정부의 안전 불감증”이라고 밝혔다. 2016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전문성 없는 군 인력 투입으로 분당선 왕십리행 열차가 한시간 넘게 멈춰 승객들이 갇히는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이런 방식의 대체인력 투입은 노조의 쟁의권을 무력화하는 불법 행위일 가능성도 적잖다. 2016년 철도노조 파업 때 박근혜 정부의 군 대체인력 투입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대체인력 투입의 근거로 국토교통부 등이 제시한 재난안전법, 철도산업법에 대해 “쟁의행위가 필수유지업무를 준수한 상태에서 진행된 이상 국가기반체계의 마비 등 사회재난이나 비상사태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군 인력 지원 결정의 정당한 법적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장철민 의원은 “국토부 산하 철도사법경찰의 파업 대체인력 투입을 위한 교육 훈련은 부적절하다”며 “철도노조의 정당한 쟁의권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위법적으로 침해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쪽도 “파업을 대비할 목적으로 ‘경찰력’을 동원하겠다는 것은 헌법적 권리인 쟁의권을 침해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밝혔다.
코레일은 “철도사법경찰대 소속 인력은 철도차량 면허 소지자를 대상으로 지난 7월부터 운전 실무수습 중이며 수습 종료 후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철도차량 인증 예정이다. 이후 소속 교육 후 업무에 투입된다”고 해명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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