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은 공짜 심부름꾼입니다. 병원에서 가르친 건 빨래, 설거지 등 잡무였고 실습 기간 나에게 최고의 스승은 유튜브와 인터넷 검색이었습니다. 무임금 노동 착취만 당한 것입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이 30일 국회에서 연 ‘간호조무사 실습생 최저임금 청구 소송 기자회견’에서 간호조무사 유아무개(24)씨가 재작년 실습교육을 받은 때의 경험을 말했다. 간호조무사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얻으려면 병원 등 의료기관에서 780시간 이상 실습교육 과정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 하지만 노동이 아닌 ‘교육’을 목적으로 한다는 이유를 대며
실습 기간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병원 쪽이 간호조무사 실습생을 근로기준법상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로 보지 않는 탓이다. 이날 특성화고노조와 유씨 등 간호조무사 2명은 실습교육을 받았던 병원 2곳을 상대로 실습 기간 받지 못한 임금 700만여원을 각각 달라는 임금 청구 소송을 서울남부지법과 북부지법에 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은 3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간호조무사 2명이 실습병원을 상대로 실습 기간 임금을 지급해달라며 임금청구 소송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제공.
이들은 병원이 간호조무사 실습생에게 “780시간의 공짜노동”을 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간호조무사 실습교육을 받은 임정은(31)씨는 “제가 실습 기간 한 업무는 청소와 혈압·체온 재기, 환자 안내, 기본문항 작성, 문서 파쇄 등 단순 업무였다”며 “교육이 아닌 노동을 했다”고 말했다. 특성화고 노조가 지난해 5월 최근 3년 내 간호조무사 실습교육을 받은 6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71.5%가 “병원에서 인력이 부족한 업무에 실습생을 배치했다”고 답했다.
간호조무 실습생의 현실은 고용노동부가 2016년 발표한 ‘일 경험 수련생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 가이드라인은 교육·훈련의 목적으로 한 업무라도 교육 프로그램 없이 업무상 필요에 따라 노동력을 활용하는 경우엔 실습생을 노동법 보호 대상인 근로자로 본다.
이번 소송을 함께 준비한 김진형 법무법인 가로수 변호사는 “실습생들이 순수하게 교육이나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지시와 명령을 받아 근로를 제공하고 있으므로 근로자로 봐야 한다”며 “이에 따라 최저임금 이상의 급여를 지급하고 적절한 휴식을 보장하며 업무상 재해에 대한 보호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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