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차별한 회사의 사업주한테 남녀 차별을 시정하라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명령이 나왔다. 고용상 성차별 금지 제도 도입 1년5개월 만에 나온 첫 판단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16일 육아휴직 뒤 복귀한 여성 노동자를 일반 직원으로 강등, 승진 대상에서 탈락시킨 과학·기술서비스 업종의 ㄱ회사 사업주에 대해 지난달 4일 시정명령 판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남녀고용평등법)상 고용상 성차별 금지 제도가 2022년 5월 도입된 뒤 이를 적용한 첫 시정명령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가 노동자를 모집·채용할 때나 임금·교육·배치·승진·해고 등에 있어 남녀를 차별하면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ㄱ회사는 파트장 보직을 맡고 있던 여성 노동자 ㄴ씨가 출산휴가·육아휴직을 신청하자 출산휴가 직전 업무량 감소·적자 등을 이유로 직위 해제했다. 회사는 또 1년 뒤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ㄴ씨를 일반 직원으로 강등한 뒤 다른 파트로 배치했고, 이로 인해 노동자는 승진 대상자 선정에서도 탈락했다. 게다가 ㄱ회사는 취업규칙 임금·승진 규정에 육아휴직 관련 ‘휴직 기간 기본급 인상률을 조정할 수 있다’, ‘휴직에 있는 자는 승진에서 제외한다’는 차별적인 규정을 두고 있었다.
중앙노동위는 이 회사에선 여성의 육아휴직률이 남성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해, 남녀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회사 성비를 보면 남성(650명·71.5%)이 여성(259명·28.5%)의 2.5배인데, 지난 5년간 육아휴직 사용자는 여성(54명)이 남성(20명)의 2.7배였다. 육아휴직자 차별 규정이 실질적으론 여성에게만 불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만 8살 이하(초등 2학년) 자녀가 있는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초심인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해당 사건을 성차별이 아니라고 판정했다. 육아휴직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규정이므로 남녀 차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노위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성비 등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판정을 뒤집었다.
중노위는 사업주에게 해당 노동자에 대한 승진 기회 제공, 승진 대상 평가 때 차별받은 기간 임금 차액 지급, 차별적 내용의 취업규칙과 승진규정 개선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사업주가 정당한 이유 없이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억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정부는 내년 1월부터 부부가 둘 다 육아휴직을 내면 각각 통상임금의 100%를 받는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특례기간 급여 산항액도 월 3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자녀 연령도 12개월에서 18개월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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