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직원은 결혼만 해도 올해 결혼했다고 승진시켜주고 애를 낳으면 가장이 되었다고 또 승진하더라고요. 급여 자체가 여직원은 적게 책정이 되어 있고, 인사실장은 급여가 낮은 것은 여직원이라 그런 거라고 말을 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 4월 직장갑질119 제보)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4∼11일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성차별과 성희롱 등에 대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를 벌여 이를 지수화한 결과, 전체적인 젠더감수성 지수는 100점 만점에 73.5점으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상 직장 내 성희롱, 채용·승진·노동조건 등에서의 성차별은 모두 불법이지만, 직장인은 직장 내 성차별이 여전히 만연하다고 평가한 것이다.
이번 젠더감수성 지수는 직장인들이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에서 겪는 성차별 상황 관련 20개 문항에 대해 5점 단위로 동의 정도를 평가한 수치다.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 점수가 낮을수록 직장 내 젠더감수성이 낮다는 뜻이다.
전체 평균 대비 젠더감수성이 가장 낮은 지표는 ‘전체 직원 성비 대비 특정 성별이 상위 관리자급 이상 주요 직책에 압도적으로 많다’는 ‘주요직책’ 문항(58.4점)이었다. 이어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모성(60.3점), ‘능력과 무관하게 특정 성별을 선호해 채용한다’는 채용(63.8점), ‘동일한 업무를 하는데 성별에 따라 임금이나 노동조건에 차이가 있다’는 노동조건(64.3점) 순이었다.
고용형태가 불안할수록 젠더폭력에 더 취약했다. 비정규직(응답자 400명)의 경우 전체 20개 지표 중 19개 지표에서 정규직(600명)보다 점수가 낮았다. 격차는 6.7점이었다. 호칭 항목(아줌마, 미쓰김, 아저씨 등 특정 성별을 지칭하는 호칭을 한다)에서 11.7점으로 격차가 가장 컸고, 이어 성희롱③(친한 동료들의 단톡방에서 성적 대화가 오간다), 성희롱②(성적인 동영상·사진·짤 등 야동을 보거나 주고받는다) 항목 순이다.
또 직급이 낮거나 직장 규모가 작을수록 ‘임신·출산·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는 모성 항목 지수가 낮았다. 일반사원은 20개 지표 모두 상위관리자보다 지수가 낮았는데, 모성 항목에서 8.6점 차이로 격차가 가장 컸다. 또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166명)의 경우도 모성 지수가 48.5점으로 가장 낮았다. 공공기관(174명)과 비교하면 28.9점, 300인 이상 직장(187명)과 비교하면 14.6점 낮은 수치다.
직장갑질119 박은하 노무사는 “이번 설문 결과는 직장인 스스로 자신의 직장에 성차별적 문화가 있는지 돌아보고 평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누구나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정부가 구조적 성차별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짚었다.
김해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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