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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객실에서 26년간 일하다 위암으로 숨진 대한항공 승무원이 우주방사선 노출로 인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항공승무원의 우주방사선 노출에 따른 산재 인정은 지금까지 백혈병만 있었는데, 위암에 대해서도 첫 산재 판정이 나왔다. 우주방사선은 태양 또는 우주에서 만들어져 지구로 들어오는 방사선을 말한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판정서를 보면, 서울남부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지난달 6일 전 대한항공 승무원 고 송아무개(숨질 당시 53살)씨의 위암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송씨는 1995년부터 2021년까지 약 26년 동안 객실승무원으로 일하다, 2021년 4월16일 위암 판정을 받은 지 한 달 만에 숨졌다. 그의 연평균 비행시간은 약 1022시간으로 그중 절반(49%)은 미주, 유럽 노선 등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근무였다. 미주나 유럽 노선은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주방사선 노출량이 다른 노선보다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 쪽은 업무상질병판정위에 낸 자료에서 “승무원의 피폭 방사선량이 연간 6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며 “(산재) 신청인의 상병과 우주방사선과의 상관관계는 밝혀진 바 없다”고 주장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2월 항공승무원이 우주방사선으로 받는 연간 피폭선량을 6m㏜ 이하로 제한하는 행정 기준을 마련했는데, 이 기준을 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근무 이력 및 탑승 노선을 고려했을 때 고인의 측정된 총 누적 피폭 방사선량보다 실제로 더 많은 노출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장거리 노선의 특성상 불규칙한 시간에 식사하는 등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청인의 상병과 업무의 상당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