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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조정없는 노사갈등 극단 치닫는다

등록 2006-05-28 19:39

전국화학섬유연맹 코오롱노조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위원회 청사 공사장 안 42m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정리해고 철회와 부당노동행위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사흘째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A href="mailto:leej@hani.co.kr">leej@hani.co.kr</A>
전국화학섬유연맹 코오롱노조 조합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위원회 청사 공사장 안 42m 높이의 크레인 위에서 정리해고 철회와 부당노동행위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사흘째 고공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해법 못찾은채 단식·점거·고공시위 번져
“노동위 권한 넓히고 지자체등도 노력을”
단식과 점거 농성에 고공시위까지, 최근들어 노사갈등이 종종 극한투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생존권이 걸린 이들의 문제에 어느 누구도 이렇다 할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노동부 집계를 보면, 하이닉스-매그나칩 사내하청, 코오롱, 케이티엑스(KTX) 여승무원 문제 등 짧게는 2개월부터 길게는 2년 가까이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표 참조> 갈등이 길어질수록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용역경비 투입, 과격시위 등 노사간 감정의 골이 깊어져 대화는 온데간데 없고 힘의 논리에 따라 서로 극단으로 치닫게 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조의 교섭과 투쟁력이 약화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마지막 몸부림으로 극한투쟁이 나온다”며 “과거 ‘분신정국’과 비슷한 양상”이라고 우려했다. 왜 노사갈등이 이처럼 극단으로 흐르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조정 미흡을 주요 이유로 꼽는다. 노사갈등의 원인이 나날이 복잡해지는데 반해 조정시스템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얘기다. 노사분쟁을 조정할 법적기구는 노동위원회이지만 한계가 많다. 예를 들어, 노동위는 코오롱의 정리해고 문제를 조정할 권한이 없다. 케이티엑스 여승무원들이 요구하는 철도공사 직접고용 사안이나 하이닉스-매그나칩·기륭전자·케이엠앤아이 분쟁의 핵심쟁점인 불법파견에 따른 원청사의 고용문제도 조정이 불가능하다. 노동법상 조정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 사업장은 제3자의 제대로 된 조정 없이 바로 갈등상태로 치달았다. 노사자율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 노동부는 사태가 이미 곪아터져 사회문제가 돼서야 뒤늦게 물밑대화 등 중재에 나서곤 한다.

이철수 서울대 교수(법대)는 “현행법은 근로조건 등 이익분쟁만 조정대상으로 하고 있다”면서 “노사 분쟁이 조합 활동, 구조조정, 해고자복직 등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조정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쟁이 있는 곳에 조정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조정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지역사회와 상급단체의 조정도 중요하다. 최종 협상 당사자는 노사이지만 대화자리를 마련하는 등 ‘다리 노릇’을 지역사회와 상급단체가 맡을 수 있다.(보조기사 참조)

김훈식 노사정위 홍보팀장은 “각 지자체는 노사갈등이 지역의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사태가 악화된 다음에 해결에 나서기보다 노사정협의회 활용 등 상시적으로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져 사전예방에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규식 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갈등이 장기화되면 노사간 불신이 커져 대화가 매끄럽게 되기 힘들다”며 “노동쟁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경총, 민주노총 등 상급단체가 나서 문제 해결을 유도하는 노릇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순천처럼 현대하이스코 문제 지역사회가 해결 물꼬

지난 13일 10개월 만에 해고자 복직 등에 합의한 현대하이스코는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 문제해결에 단초를 제공한 사례다. 지역사회의 조정이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극한 상황까지 치달은 노사 갈등에 ‘큰 불’을 껐으며 사태 해결에 물꼬를 텄다.

지난해 10월 현대하이스코 사내하청노동자 60여명은 비정규노조 인정, 하청폐업에 따른 해고자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순천공장 크레인을 점거했다. 이에 대해 원청인 현대하이스코는 법적으로 하청노동자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대화를 외면한 채 경찰 투입을 요구했다. 시너까지 갖고 올라간 하청노동자들이 ‘극단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위기위식에 순천 지역사회가 나섰다. 순천시장은 회사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면서도 “현대하이스코는 법적인 책임만을 강조하지 말고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했으며 순천시의회와 지역상공인들까지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결국 점거 농성 11일 만에 노사와 지자체가 함께 해고자 우선 취업,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 등의 내용으로 ‘확약서’를 체결해 불상사는 막았다. 현대하이스코가 ‘확약서’를 이행하지 않아 완전 타결까지 6개월 정도 시간이 늦어지긴 했지만, 문제 해결은 실마리는 이때 찾은 셈이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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