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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분노가 감사로… ‘마음의 완치’

등록 2006-06-25 19:21수정 2006-06-25 22:09

노말헥산에 중독됐다가 완치된 타이 여성노동자 8명이 지난 23일 오전 경기 안산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그동안 도움을 준 한국인들을 위해 전통 타이음식을 차려놓고 감사의 손을 흔들고 있다.
노말헥산에 중독됐다가 완치된 타이 여성노동자 8명이 지난 23일 오전 경기 안산시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그동안 도움을 준 한국인들을 위해 전통 타이음식을 차려놓고 감사의 손을 흔들고 있다.
시민단체 등 도움의 손길
산재 급여 차곡차곡 저축
잃었던 웃음 되찾고 새삶
노말헥산 중독 타이 노동자들, 1년반만에 고국으로

“한국인 여러분, 고맙습니다.”

지난해 1월 노말헥산(N-Hexane) 중독에 의한 다발성 신경장애(일명 ‘앉은뱅이병’)로 판명돼 치료를 받아온 타이 여성노동자 8명이 다시 일어나 26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고향 타이로 되돌아간다. 산재전문병원인 안산중앙병원에 입원한 지 꼭 1년5개월여 만이다.

이들은 한국에 가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코리안 드림’을 안고 타이인들에겐 거금인 한국돈 600만~1천여만원을 현지 브로커들에게 안겨주고 2002년부터 차례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린 것은 부푼 희망이 아니라 ‘절망의 병’이었다.

경기 화성시의 한 엘시디 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이들은 지난 2004년 11월께부터 하나씩 원인도 모른 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보호장구도 없이 하루 12시간 이상 노말헥산 유기용제를 이용해 엘시디 부품 세척 일을 하다 중독된 탓이었다. 사업주는 3명의 타이 여성노동자를 서둘러 귀국시키는 등 사건을 감추기에만 급급했다.

딸과 아들을 두고 온 추언촘(31)은 “우리가 아픈 것을 알고도 모른 척하는 것을 보고 한국인이 정말 미웠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이들의 사연이 2005년 1월 〈한겨레〉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면서 추언촘 등 5명은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등 시민·종교단체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 입원했다. 또 지난해 1월 타이로 이미 귀국한 3명도 이들 단체의 도움으로 한국에 되돌아와 치료를 받았다.

노말헥산 중독으로 하반신을 쓰지 못했던 씨리난(38)은 “부모님은 내가 곧 죽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외국인노동자센터의 박천응 목사가 찾아와 ‘한국에 돌아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자, 부모님이 ‘다시 돌아가도 죽기밖에 더하겠느냐. 한국으로 가 마지막으로 치료나 받아보라’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병이 나을지 알 수 없는 두려움 속에 하루하루를 보낸 이들에게 새 희망을 준 것은 절망과 분노를 안겨줬던 ‘한국’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한국 정부의 산재 판정과 함께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와 통역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 도움, 이들이 치료를 받는 동안 다달이 30만원의 생활비와 숙소를 제공한 경기도의 지원은 이들에게 잃었던 웃음을 되찾게 해줬다.

병원에서 완치 판정과 함께 두발로 걷게 된 씨리난은 귀국을 하루 앞둔 25일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왈리는 “걸을 수 없던 저를 이렇게 건강하게 걸을 수 있게 도와준 한국인에게 너무 감사한다”고 말했고, 파탈로완은 “이제 집에 돌아가도 영원히 한국인들을 기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병원 입원 중 월급의 70% 가량을 산재 휴업급여로 받은 이들은 이 돈을 차곡차곡 저축했고, 이제는 고향에 돌아가 새로운 삶을 꾸려갈 꿈에 부풀어 있다. 방콕에서 자동차로 3시간여 거리에 집이 있는 추언촘은 타이 전통제과점을, 씨리난은 편의점을 내는 등 타이 여성 8명은 저마다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도와준 한국인들에게 ‘잘나쿰’(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이란 감사의 말을 남긴 채….

안산/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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