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본사에 경찰병력이 투입된 15일 오전 4층 사무실을 점거하고 있는 건설노조원들이 창밖을 내다보며 경찰의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포항건설노조 “포스코가 협상 나설때까지 농성”
경찰 “당분간 강제진압 안해”…포항 집회선 충돌
경찰 “당분간 강제진압 안해”…포항 집회선 충돌
경북 포항시내 포스코 본사 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포항건설노조 노동자 3천여명(경찰 1500명 추산)과 경찰의 대치가 16일로 4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후 전국에서 모여든 건설노동자 1500여명이 포항시내 형산로터리에서 포항건설노조 지지집회를 열던 중 강제해산에 나선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포항건설노조원 하아무개(45)씨가 머리를 다쳐 중태에 빠지는 등 노동자 20여명과 경찰 10여명이 다쳤다.
포스코 본사 점거= 노조원들은 현재 포스코 본사 건물 4∼12층 사무실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원들은 경찰의 강제진압에 맞서 4층 계단 등에 의자를 쌓아놓고 대치중이다. 포항건설노조 이지경 노조위원장은 “노동자들이 농성장에서 조를 나눠 토론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현재 식수와 식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포스코가 노사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까지 농성을 풀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농성중이던 노동자들 가운데 몸이 불편한 70여명은 농성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농성 장기화 및 점거배경= 경찰은 “자진 해산하지 않으면 강제해산 시키겠다”는 공식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건물 복도가 좁아 진입하기가 쉽지 않고 진압 과정에서 부상자들이 생기면 적지 않은 부담을 떠 안아야 한다”며 당분간 강제진압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경찰은 64개 중대 6천여명을 농성장 주변에 배치해놓고 노조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이에 앞서 포항건설노조는 지난 13일 오후 정문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과 포스코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본사 건물을 점거했다. 포스코는 건설노조가 파업을 벌이면서 포항제철소 출입문을 막는 등 업무를 방해했다며 노조 집행부를 경찰에 고소하자, 노동자들은 “원청업체 격인 포스코가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농성에 들어갔다.
노사협상 쟁점= 점거농성 이후에도 노사대화는 계속되고 있으나 진전은 보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포스코내 30여개 기계·전기 설비 사업장 등이 하루 100억여원(업체 추산)의 조업피해액이 발생하고 있다.
노조는 △주 5일 근무(토요일 유급휴무) △시공참여자 제도 폐지 △임금 15% 인상 △하루 8시간 노동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쪽은 “현재 건설노동자의 평균임금 181만원은 도시노동자 평균 임금의 83%, 포스코 정규직 노동자의 36% 수준에 불과하며 정규직이 누리는 각종 공제와 퇴직금, 학자금 혜택 등을 감안할 때 15% 인상은 높지않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 5일 근무는 100인이상 모든 사업장에 확대되고 있는데 포스코 플랜트를 신축하고 있는 비정규직 건설노동자에게만 시행하지 못하는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문건설업체 쪽은 “지난 3년간 평균 임금인상률이 12%에 달했는데 다시 15% 임금인상을 할 경우 영세한 전문건설업체들의 도산이 불가피하다”며 거부하고 있다. 또 “노조가 요구하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금지, 시공참여자 제도를 비롯한 일체의 재하청 금지 등은 단협 대상이 아닌 사업주의 고유권한”이라며 맞서고 있다.
포항건설노조란= 민주노총 산하 포항건설노조는 포스코에서 하청을 받는 기계·전기·철근·목공 관련 사업장 70여곳에서 근무하는 현장 노동자들로 이뤄져있다. 1989년 설립돼 현재 5천여명의 노조원들이 가입돼있다.
포항/구대선 박영률 기자 sunnyk@hani.co.kr
포항/구대선 박영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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