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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건설노동자 목소리 들어보니

등록 2006-07-21 19:44

“농성고통보다 힘든 건
이길 수 없다는 막막함
동반자로 대우해달라”
21일 새벽 3시께 포스코 본사 건물 5층 계단 바리케이드 틈새를 뚫고 농성장을 빠져나온 노조원 이아무개(44)씨는 ‘농성 생활이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강제연행될 줄 알면서도 저 안(농성장)에 있는 사람도 있는데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고개를 떨구었다.

내리는 빗속에 초췌한 모습으로 전경대원들이 만든 ‘인간터널’을 통과하던 그는 “9일 동안 이도 제대로 못 닦고 옷도 못 갈아입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힘든 것은 우리가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막막함이었다”고 말했다.

“농성 막바지에 식량 반입이 중단돼 아침은 생라면, 점심은 초코파이로 끼니를 때워야 했습니다. 단전에 이어 단수까지 되자 농성자들의 불안감은 더해 갔습니다.” 특히 20일 오후 청와대의 강경진압 방침이 전해지면서 농성장은 크게 동요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도부는 “투쟁수위를 높이면 이긴다”는 말로 조합원들을 무마하려 안간힘을 썼지만 농성장을 떠나겠다는 게 대세로 기울면서 지도부의 호소가 더는 통하지 않았다고 이씨는 전했다.

그는 “저녁 8시께 이지경 위원장이 나타나 ‘동지들 미안하다’며 패배를 인정한 뒤 밤 10시30분께부터 이탈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해 조합원들 간에 실랑이까지 벌어질 정도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이어졌다”며 “의리 때문에 새벽까지 기다리다 밖으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뜻은 좋았으나 지도부가 건물 점거까지 한 것은 너무 무리한 것 같다”며 “하지만 농성에 참가한 노조원들의 공통된 심경은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계를 세우고 공사를 하는) ‘셧다운’ 작업을 하면 공기 단축을 위해 하루에 일회용 작업복을 세차례나 갈아입을 정도로 장시간 노동을 한다. 하지만 일이 없을 때는 몇 달씩 쉴 때도 있다”고 건설노동자의 어려운 처지를 호소했다. 이씨는 “요즘 젊은이들은 이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포스코가 우리를 소모품이 아닌 함께 갈 수 있는 동반자로 대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새벽 어둠을 뚫고 포스코 문을 나서던 이씨는 “실패했지만 다시 시작해야겠지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포항/박영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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