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방패에 찍혔다?” 사인 공방
경북 포항 포스코 점거농성을 지지하는 집회에 참석했다 머리에 상처를 입고 뇌사상태에 빠졌던 포항건설 노조원 하중근(44)씨가 17일 만인 1일 새벽 2시55분쯤 끝내 숨졌다. 노조는 경찰의 과잉진압이라며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고, 경찰은 “부검을 해서 사인을 가리자”고 맞서고 있다.
사인 공방 하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2시40분쯤 경북 포항 형산강 로터리에서 열린 ‘노동탄압 규탄대회’에 동료 2천여명과 함께 참석했다. 하씨는 시위대 오른편 앞쪽에 자리를 잡고 있던 중 경찰의 진압 때 머리를 다쳐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다. 하씨는 머리 오른쪽 뒷부분이 5㎝ 이상 찢어졌으며 2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출혈이 멈추지 않아 뇌사상태에 빠졌다.
민주노총과 건설노조는 경찰이 강제진압을 하는 바람에 부상자 15명이 모두 머리와 얼굴이 방패에 찍힌 점 등으로 미뤄 하씨도 방패 모서리에 머리가 찍혀 숨졌다는 견해를 밝혔다.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강호철 포항환경운동연합 의장은 “경찰이 방패로 찍어 머리를 다쳤다는 증거 자료와 목격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은 “집회 당시 상황을 촬영한 비디오나 사진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하씨가 찍힌 장면을 발견하지는 못했다”며 부검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시영 경북경찰청장은 이날 “부검에 노조 관계자와 유족들을 입회시킬 예정”이라며 “하씨가 만약 경찰 방패에 찍혀 숨졌다면 법적, 행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파업의 새 불씨 가능성 노조는 하씨를 애도하기 위해 지난달 21일 포스코 점거농성 자진해산 이후 포항전문건설협회와 벌여온 교섭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대규모 손해배상 등에 직면한 노조의 투쟁강도가 거세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민주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어 경찰청장과 지휘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또 민중연대·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광화문 네거리 촛불집회 및 노숙농성, 청와대 앞 규탄 집회(3일) 등 연대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포항/구대선, 김소연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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