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 주최로 24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일하는 우리가 희망입니다’ 행사에서 시민들이 자활단체에서 만든 상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자활후견기관 ‘미추홀’ 여성들 가난탈출 부푼 꿈
“오랜 고생 끝에 찾은 희망인데, 몸이 아프다고 포기할 순 없죠.”
지난해 11월 위암 4기 판정을 받은 황명미(47)씨는 고통스러운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매일 인천시 남구 용현5동의 작업장으로 출근해 재봉틀 앞에 앉는다. 황씨가 일하는 곳은 자활후견기관인 ‘미추홀’. 이곳에서 황씨 등 차상위계층 여성 15명이 애견옷을 만들며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가고 있다.
황씨의 고난은 꼭 10년 전 시작됐다. 넉넉한 중산층 주부였던 황씨는 남편이 7살짜리 딸만 남겨두고 어디론가 떠나버리면서 세상에 내동댕이쳐졌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간신히 생계를 꾸려갔다. 가난에서 탈출하기 위해 1천만원을 대출받아 작은 식당을 차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날려버렸다. 절망을 겪으며 황씨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낮에는 봉제를 배우고 밤에는 식당 일을 하며 악착같이 버틴 끝에 그는 2004년 양재기능사자격증을 땄다.
그해 여름 ‘미추홀’을 만나면서부터 황씨는 마침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았다. 미추홀에선 월급을 받으면서 일을 배울 수 있고, 월급의 일부를 저축하면 창업을 지원받을 수도 있다. 지금 당장 받는 월급은 70만원 정도지만, 3년 정도 일하면 동료들과 함께 창업을 할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있다.
황씨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자 곧바로 위암이 찾아왔다”며 “힘든 생활을 견뎌낸 것이 바로 희망인 만큼 병에 걸렸다고 여기서 주저앉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거의 모든 시·군·구에 걸쳐 미추홀과 같은 자활후견기관 242개가 운영되고 있고, 황씨와 같은 2만여명의 이웃들이 가난 탈출의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한국자활후견기관협회는 자활사업이 시작된 지 10주년을 맞아 24~2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일하는 우리가 희망입니다’라는 행사를 열고 있다. 자활사업으로 생산된 애견옷, 농산물, 액세서리, 의류 등 500점을 전시하며 자활사업의 의미를 알린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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