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 전원 징계라는 교육부의 강경한 엄포에도 불구하고 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22일 연가투쟁을 강행했다. 남들이 보기엔 철밥통을 지닌 교사들이 자신들의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투쟁하고 얻으려는 바는 무엇인지 쉬 납득이 가지 않을 법도하다. 아쉽게도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 교육제도로 합의된 것도 아니고, 교사들의 임금 상승이나 신분 상승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교육계 내에서도 논란이 많은 교원평가제 시행을 막기 위해, 수능시험 끝나고 수업 조정을 통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면서 집단행동을 하는 게 겨우 연가투쟁이다. 연가는 법으로 보장된 것임에도, 교육부에서는 학습권 침해를 내세워 불법 행동으로 간주하고 있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결 또한 전교조측에 불리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반 국민들의 시선마저 전교조에 우호적이질 않다. 따져볼 것은, 교육현장의 부조리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시각과 전교조의 입장이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교조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 마치 전교조가 교사 대중 전반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교원평가를 통해 교원의 업무능력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고, 국민들은 교원평가가 이루어지면 습관적 악의적 체벌을 일삼는 교사, 나태하고 무능력한 교사들의 퇴출을 염두에 두고 있으나, 실제 교육부 교원평가안은 부적격교사 퇴출에 초점을 두고 있지 않다. 학생들과 학부모의 참여도 일회적이다. 적실한 평가로 보기에는 거리가 있다.
오히려 전교조에서는 학교자치를 목표로한 학교평가를 주장하고 있다. 실제 학교의 권력구조를 고려한다면, 교원 개별 평가보다는 학교 권력의 정점에 있는 학교장을 포함한 학교 전반에 대한 평가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이고, 이 평가 시스템에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지역민들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2008년 전면 시행 예정인 교원평가안은 부적격 교원 퇴출도 목표로 하지 않고, 학교권력의 민주화에도 초점이 가 있질 않고, 평가대상자인 교원들의 충분한 이해와 수용과도 거리가 있다. 이 교원평가와 맥이 닿는 게 성과상여금인데, 이 역시 현장에서는 매우 냉소적인 방식으로 소화되고 있다. 기준이 없지 않으나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서의 업무적 성과를 판별하는 것이 쉽지 않고, 관점에 따라 판이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인데, 시행 목적인 교원업무수행능력제고에도 큰 도움이 되질 않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사람살이가 갈수록 뻑뻑해지고 있는 터에, 교원평가를 반대한다는 것이 일견 교사들만 안온한 조건에 상주하는 것으로 비춰지면서 전교조의 논리가 쉽게 전달되질 않는 것으로 보인다. 파업을 못하는 교원노조의 한계로 그나마 학습권 침해 논란을 벗어나기 위해 수업 조정하고 연가를 내, 투쟁에 나서지만 당국은 서슬퍼런 칼을 들이대고, 학교나 학부모들로부터는 문제 교사로 낙인 찍히고, 몸은 고단하고,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은 마음마저 무겁게 한다.(전교조 출범 당시의 사회 분위기와 대비시키면 전교조 선생님들은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게다가 지난해 이수일위원장의 사퇴에서 드러났 듯, 팽팽한 노선 갈등도 전교조를 힘들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총파업도 아닌 3천여명에 이르는 전교조 활동가들의 실천과 투쟁이 마치 학교가 마비 되고, 학생들이 수업을 듣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것처럼 나팔을 불어대는 언론도 전교조에게는 넘기 힘든 벽이다. 사회단체나 진보세력이라 할 집단조차도 전교조의 교원평가 반대와 성과상여금 반대를 배부른 투정으로 간주하는 눈치도 없지 않으니, 전교조로서는 이래저래 힘겨운 투쟁이다. 교총이나 한교조 등의 다른 교원노조들은 침묵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교조마저 힘을 잃으면, 우리 교육과 학교가 한결 밝아지고 발전하게 될까? 갓난 아이들부터 영어교육을 시키고, 초등학생이 논술학원을 다녀야 하는 경도된 입시 현실과 공존 공생의 논리보다는 나만 잘사면 그만이라는 광풍이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민족/민주/인간화의 참교육을 외치는 전교조가 너무 힘들어 보인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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