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손 막으려 미리 수업 참여교사 예상보다 적어
휴가 불허에 무단결근
휴가 불허에 무단결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22일 교원평가 저지를 위한 연가(연차휴가) 투쟁을 강행했지만, 학교 현장은 별다른 마찰 없이 평온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연가 투쟁에 참여한 교사들이 예상보다 적어, 우려됐던 큰 수업 차질도 거의 빚어지지 않았다.
교사 가운데 절반 가량이 전교조 조합원인 서울 ㅇ초등학교에선 분회장 한명만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가했다. 이 학교 교장 ㄱ씨는 “분회장에게도 연가를 내지 말 것을 설득했으나, 분회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불가피하게 참가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다른 교사를 투입해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연가 투쟁에 참가한 교사들은 대부분 수업을 미리 하거나 다른 교사와 시간을 바꿔, 수업 결손이 생기는 것을 막았다. 서울 ㄴ중학교 최아무개 교사는 “다른 교사들과 수업을 바꿔 지난 월·화요일에 미리 했다”며 “함께 나온 두명의 교사도 나처럼 미리 수업을 했고, 오후에 참여한 네명은 오전 수업을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연가를 불허하도록 한 교육부 지침을 확대 해석한 교장·교감들이 교사들의 ‘수업시간 바꾸기’까지 막으려 해 오히려 수업에 지장이 생길 뻔했다”고 말했다.
연가 투쟁이었지만 연가 허가를 받은 교사는 거의 없었다. 교육부가 연가 허가를 내 준 교장·교감까지 징계한다고 못박아 두었기 때문이다. 서울 ㅇ중학교 교사 ㅈ씨는 “세명의 동료 교사와 함께 연가 신청을 했으나 교장이 반려해 절차로는 아마 무단 결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ㄷ고 교장 ㅅ씨는 “전교조 교사 40여명 가운데 두명이 연가를 신청했지만, 교육부 방침에 따라 연가 신청을 반려했다”고 말했다. 조퇴하고 이날 서울시청 앞 집회에 참가한 경기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 ㄱ씨는 “교장과 교감이 교육청에서 매우 강한 압박을 받은 것 같더라”며 “자신에게 주어진 결재 권한도 행사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교장의 모습에 씁쓸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연가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도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서울 ㅍ고 1학년 최아무개양은 “선생님 한분이 연가 투쟁에 나갔지만 수업 결손은 전혀 없었다”며 “교사들도 충분히 의견 표시를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교사 두명이 연가 투쟁에 참여한 경기 ㅅ고의 여아무개 군은 “우리 학교는 한명도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조용하다”며 “선생님이 연가를 내도 나중에 다 보충이 되는데 너무 심하게 막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종규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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