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저녁 동대문 서울패션아트홀에서 열린 ‘창신동 아줌마, 미싱에 날개 달다!’ 패션쇼에 초청모델로 무대에 오른 이수호 민주노총 전 위원장(오른쪽)이 박만숙(수다공방 수강생)씨와 함께 무대를 걷고 있다. 이종찬 선임기자 rhee@hani.co.kr
수다공방, 강금실씨·심상정 의원 무대에
유가협, 재개발에 보금자리 허릴판
유가협, 재개발에 보금자리 허릴판
값싼 중국 제품의 홍수 속에서 생존이 아슬아슬한 봉제공장 동네, 서울 종로구 창신동에 1일 웃음이 터졌다. 창신동 의류 노동자들의 재교육센터인 ‘수다공방’에서 이들이 직접 만든 옷으로 패션쇼를 펼친 것이다. 그러나 ‘수다공방’과 이웃한 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실인 ‘한울삶’은 재개발 바람에 곧 짐을 싸야 하는 처지다.
창신동 아줌마, 미싱에 날개 달다=최정(37), 전홍수(40)씨 부부는 ‘수다공방’이 낳은 ‘우등생’이다. 하루 12시간 넘게 옷을 만드는 일이 지긋지긋해 기회만 되면 떠나고 싶었다는 최씨 부부는 수다공방에서 7주 동안 교육을 받은 뒤 “이제 미래가 보인다”고 말한다. 수다공방은 지난 6월 참여성노동복지터 전순옥(52) 대표가 봉제공장 노동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자 마련한 ‘대안학교’. 이곳이 1~3기 교육생 40명의 졸업을 계기로 패션쇼 무대를 마련했다. 이날 저녁 중구 서울패션아트홀에서 열린 ‘창신동 아줌마, 미싱에 날개 달다!’에선 36명의 ‘아줌마 패션모델’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 등 정치·경제·법조·예술계의 ‘초청 모델’ 20여명이 무대에 섰다. 전순옥 대표는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점이 가장 소중하다”며 “‘수다공방’ 브랜드를 널리 알려 산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www.sudagongbang.org
민주화 유가족들의 보금자리 헐릴 판=수다공방에서 100m 가량 떨어진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유가협·회장 강민조) 사무실인 ‘한울삶’ 일꾼들은 요즘 가시방석에 앉은 듯하다. 종로구청이 지난 10월 ‘재정비 촉진 지구’ 지정안에 대한 주민공람을 거치는 등 재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때문이다. 재개발이 되면 17년을 이어온 한울삶이 헐리게 된다. 전통 한옥인 한울삶의 이름과 현판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손수 짓고 썼다. 전태일·이한열 열사 등 110여명의 영정이 보관돼 있으며, 지금도 하루에 10명 넘는 유가족들이 모인다. 박제민 유가협 사무국장은 “열사들을 잊지 못하는 유가족들에게는 이곳이 집보다 더 소중하다”며 “지금과 같은 식의 개발이 진행된다면 칠순 넘은 ‘어머니’들이 다시 거리로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사진 이종찬 기자 rhee@hani.co.kr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86년 건대항쟁에 참여해 구속 후유증으로 고통받다 숨진 고 곽현정씨의 어머니 박영희씨가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신동 전국민주화운동유가족협의회 사무실 ‘한울삶’ 앞에 서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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