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설립신고 반려’ 1심 뒤집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가 포함된 노동조합의 설립을 허용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특별11부(재판장 김수형)는 1일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노동조합 설립신고서 반려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1심을 뒤집고 “설립신고서 반려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불법체류 외국인도 노동조합 결성 및 가입이 허용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청은 이주노동자노조 조합원이 체류 자격이 있는지 심사할 권한이 없으면서도, 이를 심사하기 위해 법령상 근거 없이 조합원 명부의 제출을 요구한 뒤 노조가 이를 거절하자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는데 이는 위법하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2월 1심에서 “서울지방노동청이 정식 노조 요건을 갖췄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주노동자노조에 소속 사업장 명단 및 조합원 명부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노조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신고서가 반려됐다”며 “이주노동자노조 구성원 일부는 불법 체류자이므로 노조를 설립할 자격이 있는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고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불법 체류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면서 임금·급료 및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면 노조를 설립할 수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헌법은 외국인의 지위를 보장하고 있고, 또 근로조건과 경제조건의 유지와 개선을 위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근로3권을 누구에게나 보장하고 있다. 근로기준법도 국적에 따른 근로조건 차별대우를 금지하고 있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서도 조합원에 대해 인종 등에 의한 차별대우를 금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재판부는 또 “출입국관리법을 취업 자격이 없는 외국인의 근로자 단체 결성까지 금지하는 규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정원 이주노동자노조 선전차장은 “서울노동청은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이주노동자노조를 즉각 인정해야 한다”며 “이주노동자들은 1년6개월 동안 법외노조로 활동하면서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을 박탈당했다”고 말했다. 우삼열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 사무처장도 “이미 대법원에서도 미등록(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한 만큼,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정윤 김소연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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