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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임금 체불 ‘속타는 설’

등록 2007-02-16 18:44

27만 노동자 고통…5만9천여명은 정부 구제도 못받아
“미안합니다. 구정까지는 돈이 안 되고 2월 말까지는 꼭 해결하겠습니다.”

속이 탄다. 전화는 받지 않고 문자 메시지만 날아온다. 품삯을 주겠다는 날짜를 벌써 문자로만 네번째 미뤘다. 손아무개(53·충북 음성)씨는 지난해 10~11월 충남의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일한 품삯 200여만원을 석달째 받지 못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없이 재하청 목수 사장인 김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고, 집에까지 찾아갔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 “집 앞에까지 갔지만, 차마 가족들이 있는 집 안으로는 못 들어가겠더라고요.”

자신의 돈 200만원만 떼였다면 그나마 마음이 덜 무거웠을 것이다. 자신의 임금뿐 아니라, 모아 데려간 건설노동자 4명의 임금 800여만원도 역시 받지 못하고 있다. 이들을 20일 동안 재우는 데 들어간 여인숙 비용 50만원, 저녁이나 밤참 사주는 데 들어간 20만원 등 70만원은 아예 생각지도 않는다.

“집에 가면 팔십 먹은 노인 두분하고 아내와 아이들이 있어요. 다른 공사장에서 번 돈으로 설은 어떻게 지내겠지만, 일거리 없는 2월을 어떻게 넘길지 걱정이죠.”

노동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선교 의원(한나라당)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손씨처럼 지난해 밀린 임금을 받지 못한 노동자는 27만8355명에 이른다. 또 정부의 체당금(도산 기업의 노동자가 받지 못한 임금이나 퇴직금을 임금채권보장기금을 통해 국가가 사업주 대신 지급해 주는 것) 지급이나 전액청산, 법률구조 등의 ‘구제’를 받지 못한 노동자도 5만9156명에 이르렀다. 이들의 미구제 금액은 모두 2965억원으로 2005년보다 334억원(12.7%) 늘어났다.

체불임금에 대한 구제율은 지역별로 심각한 불균형을 나타냈다. 대구·경북의 경우 미구제율이 47.5%로 가장 높았고, 대전·충청지역은 18.5%로 가장 낮았다. 이 밖에 부산·울산·경남 38.9%, 서울이 36.4%, 경기·인천 27.4%, 광주·전라 26.0%였다.

최명선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부장은 “임금 체불의 70% 이상이 다단계 하청에서 일어나며, 단계가 내려갈수록 공사비가 깎여 결국 체불로 이어진다”며 “건설산업기본법을 개정해 등록된 건설업자와 건설노동자가 직접 계약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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