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정규직 전환 첫날 우리은행 직원들 표정
“불안 호소할 데 없었는데…”
정규직 되자마자 조합 가입 “아직은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차차 정규직이라는 생각이 들겠죠….” 우리은행 비정규 직원 3076명이 지난 1일 정규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정규직 근무 첫날인 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지점 창구에서 만난 이선미(가명)씨. 지난해 10월부터 비정규직 창구 직원으로 일해 왔다.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씨는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속앓이를 털어놨다. “정규 직원들과 대화하다 보면 넘지 못할 벽이 있었어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다른 체계의 성과급을 받다 보니 서로 대화가 안 되는 때가 많았어요. 비정규직은 노조에도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어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었죠.” 그는 앞으로는 이런 속앓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같이 일하는 대리님도 정규직으로 전환돼 맘고생 안하고 출산휴가를 갈 수 있게 됐어요.” 또 다른 지점 창구에서 만난 김혜민(가명)씨는 “재계약 계약서를 안 써도 되고 정년까지 쭉 일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라며 씽긋 웃어 보였다. 1일부터 정규 직원으로 전환된 비정규 직원은 모두 3076명. 은행 창구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매스 마케팅 직군’ 1982명과 전화 고객 상담을 맡고 있는 ‘고객 만족 직군’ 548명, ‘사무 지원 직군’ 546명이다. 우리은행 전체 직원의 23%에 이른다.
김씨의 기대처럼, 앞으로 비정규 직원들은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지 않고 원칙적으로는 58살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다. 사내 복지 혜택도 받는다. 주택·생활자금도 2천만원 한도에서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비정규직일 때는 110일만 쓸 수 있던 육아 휴직도 앞으론 최대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3개 직군 월급은 정규직의 70~80% 수준이다.
김창호 우리은행 부행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서로의 임금을 동결한 재원으로 정규직 전환 비용을 마련했다”며 “정규직 전환에 따른 추가 인건비가 올해 80억원이 들어가지만 임금 동결에 따른 인건비 절감 역시 올해 296억원에 이르러 회사로서는 큰 부담은 없다”고 말했다. 마호웅 우리은행 노조위원장은 “2일에만 3천여명 안팎의 비정규 직원들이 노조에 가입했다”며 “비정규직들이 고용 불안에서 벗어나면 은행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불안’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은행 모델’은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신 연봉을 직군별로 차등화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직군이 신분을 고착화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다. 우리은행의 한 창구 직원은 “같이 일하는 창구 직원 중에 어렵다는 공인재무설계사 자격증을 딴 경우도 있어요. 그런데 직군으로 나뉘어 있으면 자격증이 별 쓸모가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이에요”라고 말했다. 은행 쪽도 이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조진양 우리은행 인재관리파트장은 “직원들이 경력을 쌓게 되면 직군을 옮길 수 있는 방안을 앞으로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정규직 되자마자 조합 가입 “아직은 그렇게 실감이 나지 않아요. 차차 정규직이라는 생각이 들겠죠….” 우리은행 비정규 직원 3076명이 지난 1일 정규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정규직 근무 첫날인 2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지점 창구에서 만난 이선미(가명)씨. 지난해 10월부터 비정규직 창구 직원으로 일해 왔다.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씨는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속앓이를 털어놨다. “정규 직원들과 대화하다 보면 넘지 못할 벽이 있었어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서로 다른 체계의 성과급을 받다 보니 서로 대화가 안 되는 때가 많았어요. 비정규직은 노조에도 가입할 수 없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어도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었죠.” 그는 앞으로는 이런 속앓이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같이 일하는 대리님도 정규직으로 전환돼 맘고생 안하고 출산휴가를 갈 수 있게 됐어요.” 또 다른 지점 창구에서 만난 김혜민(가명)씨는 “재계약 계약서를 안 써도 되고 정년까지 쭉 일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라며 씽긋 웃어 보였다. 1일부터 정규 직원으로 전환된 비정규 직원은 모두 3076명. 은행 창구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매스 마케팅 직군’ 1982명과 전화 고객 상담을 맡고 있는 ‘고객 만족 직군’ 548명, ‘사무 지원 직군’ 546명이다. 우리은행 전체 직원의 23%에 이른다.
은행별 비정규직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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