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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회사 믿고 분사했더니 실직자 신세”

등록 2007-04-02 20:29수정 2007-04-02 21:41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70여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삼성에스디아이 실직자들이 부산공장 앞 대책위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A href="mailto:kskim@hani.co.kr">kskim@hani.co.kr</A>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70여일째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삼성에스디아이 실직자들이 부산공장 앞 대책위 사무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고용승계 요구하는 삼성에스디아이 하청업체 노동자

98년 정년 보장 받고 20여명 하청업체로 옮겨
회사, 지난해 공장가동 중단…1월 계약 해지

20년 동안 다니던 공장이 문을 닫아 올 2월 실직한 강아무개(43)씨는 요즘 아침마다 초등학생 아들과 딸이 “출근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넬 때마다 맘이 괴롭다. 아이들한테 실직한 사실을 아직 알리지 못한 까닭이다. 그는 “아이들이 기가 죽을까봐 학교에서 보낸 설문지 부모 직업란에 회사원으로 적었다”고 했다.

그는 1987년 텔레비전 컬러브라운관과 컴퓨터 모니터 등을 만드는 울산 울주군 삼남면의 삼성에스디아이 부산공장에 입사했다. 이어 98년 외환위기 때 회사가 정규직과 동일하게 정년(55살)을 보장하면서 소속은 하청업체로 옮기는 사내 분사를 추진하자 1년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받고 동료 20여명과 함께 퇴사해 ㅁ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ㅁ사는 분사 10년째인 올 1월 다른 분사기업과 함께 모기업에게서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삼성에스디아이가 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컬러브라운관과 컴퓨터 모니터 생산량을 줄이고 벽걸이 텔레비전에 사용되는 피디피(PDP) 제품을 늘리기 위해 2004년 부산공장 2공장에 이어 1공장도 지난해 9월부터 사실상 가동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강씨는 먼저 회사를 그만둔 동료들처럼 퇴직위로금을 받고 회사를 그만둘 생각도 했지만 모기업이 올 5월 처음 가동 예정인 부산공장 옆 피디피 생산공장 인력수급계획을 듣고 98년 분사를 택했던 동료 12명과 함께 1월23일부터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회사 앞 등에서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삼성에스디아이는 지난해 하반기 피디피 생산공장에서 일할 1000여명을 뽑으면서 부산공장 1공장 정규직 300여명 등 부산공장 정규직 400여명과 천안·수원공장 정규직 300여명, 고졸 신입사원 300여명으로 채우고 분사 직원들은 단 1명도 재고용하지 않았다.

삼성에스디아이 쪽은 “분사 설명회 때 고용보장을 약속한 것은 공장 자체가 폐쇄될 때를 전제한 것은 아니다”라며 “새 공장의 인원이 한정돼 정규직 위주로 발령낼 수 밖에 없으며 재고용되지 못한 일부 정규·비정규직은 사외 하청업체 알선 등을 통해 재취업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강씨는 “결과적으로 외환위기 당시 회사를 믿고 분사했던 정규직은 실직하고 분사를 거부하고 남아 있던 이들은 고용이 승계된 셈”이라며 “하청업체 취업도 생각했지만 임금 등 근로조건이 모기업의 말과 달라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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