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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계약직이 ‘백화점 물건’이라니…

등록 2007-05-07 19:31수정 2007-05-08 00:22

구로구청 “맘에 안들면 재계약 거부” 주차단속원 해고
중노위 “계약 만료돼도 합리적 사유없으면 부당” 판정
중노위 “계약 만료돼도 정당한 사유없으면 부당해고”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취소할 수 있지 않으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예상치 못했던 계약해지 통보 이유를 따져묻는 자리에서, 한 구청 과장이 했다는 말이다.

하아무개(54)씨 등 11명은 2005년 초 ‘우선은 9달 동안 고용계약을 맺지만 예산범위 안에서 5년까지 계약이 연장 가능하다’고 명시된 계약직 모집공고를 보고 서울 구로구청을 찾았다. 이들은 같은해 4월부터 12월까지 계약직으로 채용돼 주차단속 등의 업무를 맡아왔고, 이듬해인 2006년 1월부터 9월까지 재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하씨 등은 두번째 계약이 만료되기 전달인 같은해 8월 구청으로부터 “예산 부족으로 앞으로는 재계약을 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이 사업이 우수사업으로 꼽혀 계속 추진될 예정이었는데도 예산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어 항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겨우 자신들을 물건에 빗대는 것이었다.

구청은 재계약을 거절 이후 주차단속 업무를 기존 공무원들에게 맡겼고, 지난달에는 이 업무를 담당할 계약직 29명을 새로 채용했다.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낸 하씨 등은 진술서에서 “구청 직원들이 채용 때부터 내내 ‘급여는 적지만, 열심히 하면 5년 근무가 가능하다’고 약속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위원장 김유성)는 7일 구청 쪽의 재계약 거부를 ‘부당해고’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중노위는 판정문에서 “계속적 고용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기에 충분했고, 사회통념상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중노위의 이번 판정은 ‘비정규직 고용계약기간이 끝났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재계약을 하지 않으면 부당해고’로 본다는 이례적인 것이어서, 비슷한 유형의 부당해고 구제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구청 쪽은 “중노위 판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낼 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백화점 물건’ 발언을 했다는 허아무개 전 구로구청 과장은 “허씨 등에게 공식적으로 답변한 게 아니다”며 “당시 구청 쪽 사정으론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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