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업 피용자 1천명당 노동 손실일수 국제비교
최영기 노동연구원장 “타협전략 없어 지속성장 해쳐”
노동계에도 “고용·임금 타협안 제시해야” 쓴소리
노동계에도 “고용·임금 타협안 제시해야” 쓴소리
“재계가 개별 기업의 노무관리에만 몰두하고 전체 노사관계의 선진화나 재계 공동의 타협 전략을 제시하지 않아,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저해시켰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의 수장이 국내 노사관계가 불안정한 이유로 ‘재계 책임론’을 강도 높게 거론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장은 10일 오후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주최로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열린 ‘노사관계 패러다임 전환 대토론회’에서 “그동안 재계가 제시해온 선진화 전략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법과 원칙의 확립’에만 한정돼 있었다”며 “이 때문에 실익은 적었고 노사 불신만 키워 노사관계를 경직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최 원장은 “재계가 업종이나 지역 단위에서 사회적 차원의 노사관계 관리를 거의 방치하고, 경제5단체 명의로 노동계를 비판하는 성명을 내는데만 치중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일본 게이다렌(경제단체연합회)의 회장을 지낸 오쿠다 히로시 전 도요타 회장은 ‘정리해고를 하는 경영자는 자신부터 먼저 할복해야 한다’면서 장기 불황에서도 고용 안정을 통한 노사관계의 신뢰쌓기에 힘써왔다”며 “반면 국내 경제단체의 대표들은 ‘비정규직을 채용하면 되는데, 굳이 정규직을 채용할 필요가 있느냐’는 등의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노사관계를 불안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신규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하는 심각한 고용위기를 돌파하려면, 재계가 새로운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비용절감 중심의 전략에서 벗어나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림으로써 지속 가능한 고용시스템으로 한단계 도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립적 공공연구기관의 수장이 던진 ‘재계 책임론’은 곧바로 재계 쪽 참석자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한국노동연구원은 각종 노동현안 및 정책적 대안과 관련한 정부 발주 연구용역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 인사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최 원장의 주제발표가 끝나자, 김영배 한국경총 부회장은 “노사협력적 태도를 취하는 일본의 노조와 정치적 이념이 가득했던 국내 노조의 차이가 크다”며 “갈등적 노사관계의 원인을 재계에게만 돌려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최 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계의 자기반성도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4년 이후 대형 사업장의 파업이 대부분 실패했고, 전국 차원의 총파업 전술도 명분을 위한 행사로 전락했다”며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단기주의에 매몰되지 말고, 노동계의 새로운 고용 전략과 임금 전략이 타협안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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