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이미지 벗고 노동주도권 확보 뜻…“부끄러운걸 왜” 반대도
6월 민중항쟁 20돌을 앞두고 노동계에서도 ‘과거청산’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노총은 10일 1987년 당시 4·13 호헌조치 지지선언을 한 일을 두고 곧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11일 산별대표자 회의에서 이를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예정이다. 강익구 한국노총 홍보선전본부장은 “‘6월 민주항쟁 20주년 사업추진위원회’에 참가하면서, 한국노총의 부끄러운 과거의 반성과 사과가 선행돼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노총의 이런 움직임엔 ‘보수세력’, ‘어용노조’ 등 부정적 이미지를 벗고, 노동운동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한국노총의 의뢰로 한 여론조사 업체가 최근 양대노총 조합원과 비조합원들을 상대로 벌인 집단심층면접(FGI)에서도 한국노총을 어용노조로 단정짓는 답변들이 많았다.
박영삼 한국노총 기획조정실장은 “당시 (4·13 호헌조치) 지지선언은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에게 상당한 폐를 끼쳤다”며 “형식적인 사과문 발표를 넘어서서 앞으로 한국노총이 뒷거래나 밀실협상 대신 투명한 방식으로 각종 개혁운동을 주도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한다는 데 뜻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는 사과문 발표 이상의 ‘고강도 과거청산’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부끄러운 과거를 왜 또 들춰내느냐’는 의견이 엇갈려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의 4·13 호헌조치 지지선언은 김동인 전 위원장 등이 조합원의 동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으로, 당시 집행부 가운데 지금까지 한국노총에 남아 있는 사람은 없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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