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시정 신청 절차
7월 비정규직법 시행 앞두고 ‘차별적 처우’ 기준 논란
사쪽 “법에 정한 조건만”…노동계 “관행까지 포함을”서울 강남의 한 할인마트에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계산 업무를 맡고 있다. 업무는 같지만, 임금과 근로조건은 차이가 크다. 정규직 계산원의 월급은 200여만원인 데 견줘, 비정규직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90만원이다. 게다가 비정규직에는 회사의 각종 복리후생 혜택이나 수당 등도 없다.
7월부터 비정규직 법이 시행되면, 비정규직 계산원의 근로조건은 어떻게 바뀔까. 앞으론 ‘차별시정 제도’에 따라, 같은 사업장의 같은 업무에 대해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차별할 수 없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정규직과 차별적 처우가 있다고 판단하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낼 수 있다.
그러나 차별적 처우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구제신청이 쏟아지게 되면 큰 혼선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노동부는 이달 중으로 ‘차별시정 안내서’를 발간하기로 했다. 현재 박종희 고려대학교 법대 교수 등의 ‘비정규직 차별금지 제도 검토 연구’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노사 양쪽의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이 때문에 주요 쟁점 사안들을 둘러싼 노사의 물밑 힘겨루기와 논리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비정규직에 대한 기업의 복리후생 혜택을 놓고 노사는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차별적 처우가 금지되는 ‘임금과 그 밖의 근로조건’에 어떤 항목까지 포함시킬 것이냐다. 경영계는 근로기준법에서 직접 규율하는 근로조건으로 한정하기를 원하는 반면, 노동계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관행에 의한 근로조건까지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 의견이 받아들여지면, 비정규직도 경조사비나 자녀 학자금 등 기업의 각종 복리후생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회사가 임의로 지급하는 생산격려금을 두고도 노사의 주장이 팽팽하다. 격려금을 과거의 노동에 대한 보상으로 보느냐, 아니면 미래의 노동의욕을 고취하려는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후자라면 ‘계속 고용’이 불투명한 비정규직에 대해 생산격려금 지급을 차별하는 게 가능하다.
비정규직 차별에 대한 시정조처를 구제신청을 낸 개인에 한정할지, 아니면 같은 처지의 비정규직 모두에게 적용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노동계에선 차별적 처우를 가능하게 하는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까지도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차별시정의 신청은 차별을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안에 하도록 돼 있지만, 계속돼온 차별행위의 경우 ‘차별을 받은 날’을 언제로 볼 것인지도 정해야 한다.
노동부가 내기로 한 ‘차별시정 안내서’는 말 그대로 ‘안내서’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논란들은 결국 사안별로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 전담 공익위원들에 의해 하나씩 정리될 수밖에 없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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