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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사람] “‘생리 전쟁’ 이겨 노동자 권리 찾으니 보람”

등록 2007-05-30 18:21

씨티은행 한미지부 박찬근 노조위원장
씨티은행 한미지부 박찬근 노조위원장
여직원 1298명 수당 찾아준 씨티은행 한미지부 박찬근 노조위원장
2004년말 조합 맡아 노동법 공부
2년치 미지급분 요구 거절에 소송
“남성조합원들, 우리도 챙겨달래요”

박찬근 씨티은행 한미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지난 25일 한 통의 짤막한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송병준 노조 정책국장이 보낸 메시지였다. ‘회사가 상고를 포기했다’라고 찍혀 있었다. 2년 만의 ‘생리 소송’이 끝났음을 알리는 문자였다.

“2004년 12월 새로 꾸려진 집행부 간부들은 조합원을 위해 일하려면 근로기준법을 달달 외우지는 못할지라도 어느 정도는 알아야 된다고 생각해 노동법을 공부했어요. 당시 회사는 여직원들이 사용하지 않은 생리휴가 수당을 수년 동안 전혀 지급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근로기준법에는 생리휴가 수당을 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거예요.”

2005년 4월 노사협의회에서 노조는 회사 쪽에 미사용 생리휴가수당 지급을 요구했다. 하지만 회사는 단호하게 거부했다. 노사의 의견이 팽팽히 맞섰고 해결책이 보이지 않자 노조는 2005년 6월 소송을 택했다. 씨티은행 전·현직 여직원 1298명이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생리휴가가 무급으로 바뀌기 전인 2002년 6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쓰지 않은 생리휴가 수당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대표소송을 할 수가 없어서 원고가 비정규직을 포함해 1300여명의 여성 직원이 돼야 했죠. 승소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직원들을 설득하고 육아휴직을 간 직원들도 찾아내 일일이 위임장을 받아내는 일이 힘들었습니다.”

막상 소송에 들어가자 노조는 또 다른 거대한 벽을 만나야만 했다. 회사 쪽 변호인단은 대형 로펌인 ‘김앤장’이었다. 치열한 법리 논쟁이 오갔다. 결국 지난해 5월 서울지법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은행 쪽은 즉시 항소했다.

2심에서 은행 쪽은 “생리휴가를 만든 입법 취지는 돈을 지급하도록 한 게 아니라 근로자들이 쉬게 하라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조 쪽은 “유급으로 규정한 것은 휴가 때 일한 사람에게 급여 이외에 별도 수당으로 보상하라는 의미”라고 맞섰다. 지난 4일 서울고법 역시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앞서 회사 쪽은 지난해 8월 1심이 끝난 뒤 직원들에게 18억7000만원(1명당 144만원)의 수당을 선 지급했다.

“여직원들을 위한 소송을 하다 보니, 남성 조합원들이 ‘우리는 왜 안 챙겨 주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이번 소송 승리로 여성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찾을 수 있게 돼 일한 보람을 느낍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사진 씨티은행 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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