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사니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은 5일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막고 비정규직법을 무효로 돌리기 위해, 이달 27~29일 16개 산별연맹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굳은 ‘투쟁의 결의’ 사이사이에는 민주노총이 처한 곤혹스런 상황이 그대로 투영됐다. 이날 이 위원장은 “이번 투쟁이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이 아닌 ‘총력투쟁’”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하는가 하면, “전국적인 총파업이 아닌 만큼, 세상을 뒤흔드는 투쟁을 당장 벌여나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도 말했다.
현재 민주노총 산하 산별연맹 가운데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두 곳만 오는 25~29일 부분파업이나 전면파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나마 보건의료노조는 이미 간부 및 조합원의 10%만 파업에 들어가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결국 이번 6월 투쟁의 주축은 금속노조 한 곳이 될 공산이 크고, 이제까지 그래 왔듯 현대차 노조의 ‘선도 투쟁’에 상당한 비중이 두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이 위원장이 “(현대차에 갔을 때) 현대차만 앞세운 투쟁은 그만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조합원들에게 앞으로 그런 투쟁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왔다”고 말한 대목에선 깊은 고민이 읽혀진다.
자유무역협정 저지 등 대정부 요구와 이를 실현시킬 만한 실질적 조직력 사이의 간극. 민주노총은 이를 좁힐 만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나 재계와의 대화도 막힌 상태다. 이런 현실은 실속 없는 총파업을 자제하겠다던 민주노총을 다시 기로에 세우고 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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