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전문 법률가들 “3공때 제정돼…선진국엔 없어”
“현행 파업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규정은 3공 때 도입된 군사독재정권의 유물이다”
정부는 ‘25~29일로 예정된 금속노조 파업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상 불법 파업’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그 근거인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 찬반투표 관련 조항은 선진국에선 유례가 없는 악법으로, 국제기준에 맞게 없애야 한다고 일부 노동 전문 변호사들이 지적했다.
정부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 저지’를 내건 이번 파업에 대해 ‘대의원대회에서 의결된 사항이지만 각 지부별로 조합원 찬반투표를 벌이지 않아 불법’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22일 금속노조가 연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관한 법률 토론회’에서 김기덕 변호사는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현행 찬반투표 규정은 5·16 군사쿠데타 직후 법률로 도입됐다”며 “노조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법으로 국가가 강제하고 그 위반에 대해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선진 외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악법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특히 “1953년 노동쟁의조정법이 제정될 때만 해도 찬반투표를 하지 않으면 ‘노조 명의’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었지만, 현행법은 재적 조합원이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결정하지 않으면 일체의 쟁의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해 ‘쟁의행위 일반에 대한 규제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또 정인섭 숭실대 법대 교수는 “단체의 의사결정에 대해 다른 단체들과는 달리 유일하게 노조에 대해서만 찬반투표 등 절차를 규정하고, 그 위반에 대해 처벌까지 하고 있는 입법 태도는 당황스러운 것”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도 쟁의행위 찬반투표 규정이 쟁의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어선 안되며, 투표 의결 요건도 재적 조합원이 아닌 투표 참석 조합원의 비율로 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강직 경북대 법대 교수는 “한국과 법체계가 유사한 일본에서는 쟁의행위 규제수단으로 찬반투표 제도가 없는 대신, 규약 기재사항으로만 규정하고 있다”며 “찬반투표없이 파업이 벌어져도 불법은 아니라는 학설과 판례가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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