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 미래포럼’ 창립…전문가들 쓴소리 ‘봇물’
“민주노총은 계속 ‘투쟁주의’로 치닫고, 한국노총은 개혁을 표방하며 지나치게 ‘실리주의’에 집착하다보니 양대노총의 연대나 동맹은 희박해지고 갈등만 짙어진다.”(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지난달 29일 오후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노동운동 미래포럼’의 창립식에서는 내로라하는 노동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최근 노동운동의 기조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던졌다. 노동운동 미래포럼은 한국노총 간부들과 노동운동의 사회적 역할을 모색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48명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연구모임이다. 정부의 노동정책을 연구하는 출연 연구기관의 수장을 비롯해 노동문제를 전공한 학계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날 미래포럼 대표로 선출된 최영기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개별 노동자들의 고민과 할 말은 늘었지만, 노동운동은 갈수록 고립되고 정치·사회적으로도 발언권이 약화됐다”며 “시장 주도의 개혁과정에서 빚어진 여러 사회적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선 노동운동의 구실이 크다”고 말했다. 시사평론가 김석수씨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노조가 사회개혁의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내부 조직 중심의 현안을 위주로 한 활동만 벌여 국민 여론에서 이탈돼 왔다”고 지적했다. 정영태 인하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민주노총은 (내부) 민주주의가 너무 잘 돼 있어서 그런지, (실질적으로 성과를 낼 만한 일들에 대한) 진전이 별로 없다”고 꼬집었다.
참석자들은 한국노총이 새로운 노동운동 노선으로 제시한 ‘사회개혁적 조합주의’에 대해서도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전투적 조합주의’를 비판하고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면서 재계와 정부 부처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나서고 있는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황석만 창원대 교수(사회학)는 “(전통적으로 한국노총은 지도부와 일반 조합원간의 괴리가 커서) 심지어 한국노총 소속의 유능한 노조 위원장들조차 상층 지도부 위주로 마련되는 한국노총의 운동노선이 뭔지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또 이광택 국민대 교수(법학)는 “한국노총의 사회개혁적 운동노선이 일부 언론으로부터 환영받고 있지만, 2004년 한국노총이 창당한 녹색사민당은 왜 한 석도 얻지 못했는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래포럼은 두 달에 한 차례씩 포럼을 열어 바람직한 노동운동의 방향 등에 대한 토론을 벌일 계획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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