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파업 불참”…선별교섭 힘 달려
‘이중교섭 우려’ 대기업 불참 가능성 높아져…“유연한 교섭틀 마련을” 지적
올해 사실상 첫 산별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금속노조(위원장 정갑득)에서 현대자동차지부 등 주요 지부들이 지부 차원의 교섭·쟁의를 우선하는 바람에 산별교섭에 힘이 실리지 않고 있다.
5일 금속노조의 핵심 사업장인 현대차지부는 이달 중으로 예정된 금속노조의 파업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7월29일~8월5일 여름휴가가 끝난 뒤 8월 중에 있을 금속노조의 파업에는 합류할 방침이다.
애초 금속노조는 지난 3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산별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현대차 등 대기업들을 압박하기 위해 18~20일 4시간 부분파업과 23~28일 전면파업을 벌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또 이를 위해 지부들은 11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마칠 계획이었다.
현대차지부가 이번 파업에 불참하는 이유는, 오는 12일로 잡혀 있는 회사 쪽과의 임금·단체협약 협상(임단협) 상견례 전에 파업 찬반투표를 벌이는 일정이 무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또 지난달 25~29일 금속노조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파업 때 찬반투표 없이 파업을 강행했다가 후유증을 앓았던 사정과도 무관하지 않다.
현대차지부 외에도 상당수 개별 기업 지부들이 자체적인 임단협 일정을 진행하고 있고, 사업장별 교섭 진도도 천차만별이다. 산별교섭이 중단돼 있는 동안 지부·지회별 개별교섭이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됐기 때문이다. 조기 타결을 서두르는 기아차지부는 이미 지난 3~4일 임금인상과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벌인 바 있으며, 쌍용차도 개별교섭을 통해 임금협상을 끝내 조합원 추인까지 받았다. 이에 따라 ‘이중 교섭 우려’를 이유로 산별교섭 불참을 선언했던 대기업들이 산별교섭에 참여할 가능성도 더욱 낮아지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산별교섭에 집중할 것이냐의 문제를 두고 지부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려온데다 지난번 정치파업으로 내부 집중도가 흐트러졌다”며 “기업의 교섭 참여 유도에 대해서도 파업을 통한 압박만 할 게 아니라, 산별교섭의 틀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를 놓고 기업과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유인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