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첫 교섭 팽팽
이랜드그룹 사쪽 홈에버 오상흔 사장(위쪽 사진 왼쪽)과 최종양 뉴코아 사장, 노조대표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아래쪽 사진 왼쪽)과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흥인동 서울지방노동청에서 비정규직 처우 문제와 노조의 매장점거 농성 등에 대해 3시간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돼 협상장을 나서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10일 이랜드그룹 노사 대표가 비정규직 처우 문제를 놓고 처음으로 공식 석상에서 만났지만, 교섭을 통한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 찾지 못했다. 이날 홈에버 오상흔 사장, 뉴코아 최종양 사장, 김경욱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 박양수 뉴코아노조 위원장 등은 오후 4시40분께부터 3시간여 동안 협상을 벌였지만,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이 자리에서 회사 쪽은 △앞으로 30일 동안 대표이사가 참석하는 평화교섭기간을 갖고 △뉴코아 계약 해지자 53명에 대해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평화교섭기간 동안 근무하도록 하는 교섭안을 제시했다. 평화교섭기간이란 말에는 노조가 홈에버 월드컵몰점과 뉴코아 강남점 등에서 벌이고 있는 점거농성을 풀어야 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러나 노조 쪽은 계약이 만료되는 비정규직 직원에 대한 계약해지 중단과 외주화 철회, 해고자 원직복직 등이 전제되지 않으면 농성을 풀 수 없다는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또 뉴코아 계약 해지자와 관련해서도 ‘평화교섭기간 근무 허용’이 아니라 복직을 요구했다. 노조 쪽은 오히려 내부 회의를 거쳐 점거농성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태도다. 이날 노사 대표의 만남은 앞서 서울 조선호텔에서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두 회사 사장을 만나 조정안을 마련하면서 이뤄졌다. 노동부 쪽은 “이날 제시한 조정안에 대해 민주노총 등과 사전 조율을 거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이랜드일반노조 등에선 “전혀 들은 바가 없는 내용”이라고 맞서면서, 한때 타결에 대한 기대까지 모았던 이날 만남은 무위로 돌아갔다. 게다가 이랜드그룹 쪽이 지난 6일 김경욱 위원장 등 62명을 상대로 1억1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사실이 이날 뒤늦게 드러나면서, 노조 쪽은 “그룹 쪽이 표명한 교섭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도 의문스럽다”는 태도를 보였다. 또 노조의 점거농성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이랜드그룹 박성수 회장은 국외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시민사회단체와 종교단체 등에서도 이랜드그룹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참여연대 등 28개 시민사회단체는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랜드는 부당해고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한국기독청년연합회도 이날 오전 신촌 이랜드 본사 앞에서 기도회를 열어 “기독교 기업인 이랜드는 하나님 앞에서 회개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성실하게 대화하라”고 요구했다. 황보연 윤영미 최원형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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