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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이랜드 ‘0개월 계약’등 위법 예사로…사태 키웠다

등록 2007-07-11 19:20수정 2007-07-12 00:11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대량해고 조처에 반발해 12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마포구 홈에버 상암점 들머리에 11일 오후 경찰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이랜드 일반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대량해고 조처에 반발해 12일째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 마포구 홈에버 상암점 들머리에 11일 오후 경찰이 배치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비정규직 갈등 악화일로 왜?…정부는 제재 시늉뿐
이랜드그룹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11일 한덕수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점거농성의 조기 해제와 노사 간의 성실한 대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10일 노사 대표자급 교섭이 결렬된 이후 사태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이날 이랜드 일반노조는 “계약해지 중단 등 노조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투쟁 수위를 높일 수밖에 없다”며 “농성 매장 수를 수도권을 중심으로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이랜드그룹 쪽은 지난 6일 이랜드 일반노조원에 대한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이어 10일 뉴코아노조 간부 9명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추가로 냈다.

노조는 농성 확대…회사는 소송 확대
단체 체결 거부·부당노동행위등 악명
노사 현안 불거지면 회장은 국외체류

이처럼 이랜드그룹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는 것은, 지금까지 이랜드그룹이 노조와 맺은 단체협약을 무시하는 등 기본적으로 노조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여온 데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이랜드 노조는 1993년 노조를 설립한 지 4년 만인 97년, 57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노조가 만들어지면 노사가 맺게 되는 단체협약조차 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0~2001년에도 이랜드 노조는 비정규직 직원 처우 개선 등을 내걸고 무려 265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당시에는 노동부가 이랜드 박성수 회장에 대해 법원으로부터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기도 했다. 노조 쪽은 중요한 노사 간 현안이 있을 때마다 박 회장이 외국에 머물면서 갈등이 장기화돼 왔다고 말한다.

2003년과 2006년에 각각 뉴코아와 까르푸를 인수하면서, 노조와의 마찰은 더 심해졌다. 최호섭 뉴코아노조 사무국장은 “회사가 정기 휴점일 등 단협에 명시된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한데다, 신규 점포가 생기면 협의 없이 직원들에게 지방 발령을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기본적 ‘약속’조차 지키지 않는 회사의 태도를 보면서 불신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옛 까르푸노조 출신인 김경욱 이랜드 일반노조 위원장은 “까르푸를 인수할 때 까르푸 본사 쪽에 이야기한 100% 고용승계 약속이 사실상 허물어지고 있어, 최근 까르푸 본사에서도 의아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3월 인수를 앞두고 까르푸와 맺은 단협에는 18개월 된 계약직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이 명시돼 있는데, 까르푸 본사가 갖고 있는 영어 협약에는 조합원만이 아닌 전 직원으로 표기돼 있다. 협약을 맺을 당시에 18개월 이상 된 조합원으로 축소 해석하고 있는 이랜드와의 차이가 크다는 이야기다.

최근 노동부가 뉴코아 사업장 점검 및 감독을 벌인 자료를 보면, 근로기준법을 무려 10개 조항이나 위반한 사실이 확인됐다. 비정규직 직원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기간을 빈칸으로 비워 놓고 회사가 임의로 수정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한 ‘0개월 계약’이 대표적이다.


이런 이랜드 쪽의 잦은 노동법 위반에 노동부가 ‘솜방망이’ 대처를 한 것도 사태를 키운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5월부터 뉴코아 쪽의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를 줄기차게 제기해 왔지만, 노동부는 형식적인 ‘근로감독’과 ‘시정지시’ 등에 그쳤다. 노조의 특별근로감독 요구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노사간 교섭을 유도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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