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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동자 인터뷰집 ‘길에서 만난 사람들’ 낸 하종강 소장

등록 2007-07-17 21:46

노동자 인터뷰집 ‘길에서 만난 사람들’ 낸 하종강 소장
노동자 인터뷰집 ‘길에서 만난 사람들’ 낸 하종강 소장
“비정규직들 더 만나지 못해 아쉽다”
‘한겨레21’ 연재한 ‘진실한 삶’의 주인공들
“남 위해 손해 감수·억압 기여하지 않는 삶”
가족에게도 직업 못밝히는 노동

하종강(사진)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이 2001~2004년 〈한겨레21〉에 연재했던 사람 이야기를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후마니타스 펴냄). 30여년 동안 노동상담가의 외길을 걸어 온 하 소장은 지금도 노동자들이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노동교육’을 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 ‘하종강의 노동과 꿈’(www.hadream.com)을 보면 그가 얼마나 열과 성을 다해 노동자 권익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그는 자신이 체험한 노동현장과 노동자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데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1994년엔 전태일문학상도 받았다. 이번 책도 일부 예외는 있으나, 그가 오랜 세월 함께 해 오거나 알아 온 노동자들의 진실한 삶을 토대로 하고 있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의 손해를 감수해 본 경험이 있거나, 우리 사회의 모순된 억압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지 않는 사람 등등.” 그가 인터뷰 대상을 고른 기준이다.

1980년 5월 광주 동신고 3학년 강용주 학생은 도청이 함락되기 하루 전 26일 저녁밥을 먹은 뒤 교련복으로 갈아 입고 어머니에게 큰 절을 올렸다. 도청으로 가겠다고 했다. 죽는다고 말리는 어머니에게 “어머니마저 저를 말리시면 민주주의는 누가 지킵니까? 그렇게 모두 나가지 않으면 누가 지킵니까?”라고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는 용주의 교련복 품에 담배 한 갑을 넣어 주시며 “그럼, 가거라”라고 했다. 2001년 인터뷰 당시 전남의대 재학생이었던 아들이 어떤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느냐는 물음에 어머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의사, 아무리 늦은 밤에 환자가 와서 병원 문을 두드려도 선뜻 문을 열어 주는, 그런 의사가 되어야지”라고 답했다.

전교조 부위원장 출신인 이병식씨는 20년 지켜온 교단을 포기하고 관광버스 운전의 길을 택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가진 단지 몇 명의 학생들에게 희망을 걸고, 계속 학생들 앞에서 수업을 할 수 있는 훌륭한 교사가 될 자신이 없더라고.(중략) 자신이 없으면서도 적당히 수업을 하면 월급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지. 그렇지만 그것은 사기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 20년 교직 경력을 육체노동과 맞바꾼 것은, 사람들을 목적지까지 옮겨 주면 최소한 사기꾼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라는 내면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2001년 ‘부산지역 일반 노동조합’ 사무국장이던 송영수씨는 당시 신장이 망가져 하루에 네차례씩 혈액투석을 했다. 그는 신장 이식수술을 권하는 의사나 동료에게 이렇게 답했다. “이식수술 할 수 있지. 그런데 이식수술을 받으면 그 뒤에는 억수로 조심하면서 살아야 하거든. 밤샘을 못하거든. 활동 좀 더 하다가 이담에 나이 들면 하려고.” 이렇게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노동운동에 몰두했던 송씨는 결국 2004년 어느날 피를 토하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송씨는 21시간이나 되는 대수술을 받고 살아났으며, 지금 그의 몸 안에는 부인의 간 가운데 65%가 이식돼 꿈틀거리고 있다고 책은 전했다.

이밖에 노동집회 참석때는 한국노동운동에 대한 경외심으로 자세와 눈빛이 달라지는 일본인 스즈키 아키라 노동건강연대 성수동 팀장, 우리 노동운동사에 획을 그은 동일방직 똥물 사건의 주역으로 지금은 듬직한 여성 농민운동가로 변신한 안순애씨 등 흔치 않은 삶의 풍경들이 펼쳐진다.


하 소장은 당사자들이 고사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많이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 했다. “가까운 동료나 친척에게조차 자신의 직업을 감추고 살아 온 사람들에게 차마 카메라와 녹음기를 들이댈 수가 없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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