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투쟁 실패” 사퇴…다른 공무원노조와 주도권 다툼 예고
5년여 동안 법외 노조 상태로 대정부 투쟁을 벌여 온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가 결국 법내 노조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 관련 노조들이 모두 합법 노조로 진입하게 돼, 가입 대상이 29만명에 이르는 공무원 노조들과 정부의 관계도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전공노는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참석 대의원 155명 가운데 85명의 찬성으로 10월까지 법내 노조로 전환할 것을 의결했다. 이날 권승복 위원장 등 지도부 4명은 ‘공무원노조법 독소 조항 개정 및 해고자 복직’을 내건 투쟁의 가시적 성과가 없었다는 이유로 사퇴했다. 이에 전공노는 김백규 교육기관본부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으며, 9월 차기 지도부를 뽑은 뒤 10월 법내 노조가 되기 위한 설립신고서를 낼 계획이다.
지난 2002년 출범한 전공노는 지난해 1월 ‘공무원노조특별법’이 시행된 뒤에도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며 합법 노조 전환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지난 12일 일부가 전국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를 설립해 떨어져 나가는 등 합법화를 둘러싸고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어왔다. 최낙삼 전공노 대변인은 “정부의 지부 사무실 강제 폐쇄와 징계 및 파면·해임 등에 맞서 장외 투쟁을 더 이상 유지하기가 버겁다는 조직 내부의 목소리가 컸다”고 말했다.
앞으로 공무원 노조들 사이의 주도권 경쟁도 예상된다. 전공노는 민공노에 대해 “일부 간부들이 파행적으로 조직을 결성한 뒤 조합원명부를 냈다”며 조직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민공노 쪽은 “해임된 간부가 이끌고 있는 지부들까지 합하면 조합원이 4만2천명에 이른다”고 일축했다. 이밖에 지난 5일 정부와 첫 단체교섭 상견례를 가진 조합원 5만1251명의 공무원노조총연맹 등 일찌감치 법내 노조가 된 곳들도 있다.
공무원노조특별법은 단일한 교섭단과 단일한 교섭 의제를 갖춘 상태에서 단체교섭을 벌이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전공노, 민공노, 공노총 등 사이에 단체교섭을 위한 교섭위원수 배정이나 의제 설정 등을 둘러싼 줄다리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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