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일반노조와 뉴코아 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서초구 뉴코아 강남점을 다시 점거해 이틀째 농성을 벌인 30일 오전, 건물 지하 식품매장에서 열린 ‘농성장 사수집회’에서 한 노조원이 사회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이른 시일안”…뉴코아 강남점 주변 병력 늘려
노조 “즉각 교섭을” 회사 “농성중단 먼저”
노조 “즉각 교섭을” 회사 “농성중단 먼저”
경찰이 이랜드그룹 비정규직 노동자와 노조의 서울 뉴코아 강남점 재점거 농성을 될수록 이른 시일 안에 강제로 해산시키기로 했다. 지난 20일 경찰의 1차 점거 농성 강제 진압 뒤 실질적인 노사 교섭 분위기는 실종돼, ‘점거 농성-강제 해산’의 악순환도 예상된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오전 어청수 청장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이랜드그룹 노조원들의 점거 농성을 조속히 강제 해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뉴코아 강남점 주변에 경찰력을 늘려 배치하고 매장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 300여명을 진압하기 위한 작전을 준비했다.
하지만 노사는 이날도 여전히 교섭조차 재개하지 못하고 대치를 계속했다. 이랜드 일반노조와 뉴코아 노조는 이날 오후 4시부터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교섭을 열자고 제안했지만, 회사 쪽은 점거 농성을 먼저 중단해야 교섭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앞서 두 노조는 이날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그 어떤 조건이나 전제도 없이 현 사태 해결을 위한 즉각적인 교섭에 임할 것”을 회사 쪽에 제안했다. 이어 “이랜드그룹의 실질적 결정권자인 박성수 회장이 직접 나와 문제 해결을 위한 물꼬를 터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윤경 이랜드 일반노조 사무국장은 “이랜드그룹이 일반 조합원 48명의 급여통장을 가압류해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회사 쪽의 고소·고발과 가압류 조처 등을 비난했다.
반면 오상흔 홈에버 사장과 최종양 뉴코아 사장은 이날 낮 12시께 경기 과천 정부청사 근처 식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노조가 점거 농성을 먼저 풀어야 교섭을 벌일 수 있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손해배상 소송 문제 등은 원칙적으로 교섭 대상이 아니지만, 단순 가담자에 대해서는 선처할 수 있다”면서도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정의로운 것에 대해선 타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또 오 사장은 ‘박성수 회장이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하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2000년 이후 전문경영 체제가 확립되면서 창업자의 역할이 많이 바뀌었다”며 “뉴코아와 홈에버의 비정규직 해법이 각기 달랐듯, 박 회장이 일관된 지침을 내리면서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보연 하어영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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