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기본권 보장 요구 ‘봇물’
검찰 ‘무더기 영장청구’ 한몫
검찰 ‘무더기 영장청구’ 한몫
현행법 노조활동 제약…업무방해 구속 줄이어
비정규직 구속 노동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참여정부의 노동자 구속 ‘실적’이 문민정부 이래 최고를 기록하게 한 주원인이다.
주요 사건별로 구속 노동자들을 보면, 이런 추세가 쉽게 파악된다. 지난해 건설일용직 노동자들로 구성된 포항건설노조의 파업 때는 단일노조 사건으로 무려 70명이 구속됐다. 올해 구속됐던 노동자 62명 가운데서도 화물연대나 타워크레인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다수다.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사무국장은 “2003년 이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구속자도 늘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단결권에 따라 노조를 설립할 수 있지만, 사용자 책임이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단체교섭 통로가 막혀 있다”며 “이 때문에 점거농성 등 물리적 행동에 나서지 않을 수 없고, 그 귀결은 힘없는 비정규 노동자의 구속”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노조 간부들이 대체로 해고와 구속을 경험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행법이 지나치게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노동계 인사들은 말한다. 1일 구속노동자후원회의 집계 현황을 보면, 지난해 구속된 노동자들 중에서 파업과 노조활동에 대해 형법상 업무방해로 구속된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271명 중에서 152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이 108명으로 뒤를 잇고 있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자가 92명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노동조합법상 적법한 파업이 지나치게 제한적인데다, 집회 및 시위의 제약, 법원의 가처분 남발 등 노조활동에 대한 법적 규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들이 구속 노동자를 양산하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노조법 개정과 함께, 노동법원을 도입해 일반 민사법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가처분 사건들을 노사관계에 대한 지식과 경력을 갖춘 법관들이 다루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노사 갈등을 ‘공안’ 중심 시각에서 접근하는 검찰의 태도도 구속 노동자 수를 늘리는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에는 포항건설노조 파업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작성한 ‘수사 결과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과거 군사정부 시절을 떠올리게 했었다. 당시 검찰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동자들의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심문시 범죄 사실보다는 답변하기 어려운 사항을 묻는다’는 원칙을 세워 영장이 청구된 70명 전원에 대해 영장이 발부되도록 하는 등으로 노동계의 반발을 샀다.
또 검찰은 지난해 원청업체와 적법하게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를 지급받은 경기건설노조 간부 등에 대해 ‘공갈·갈취 혐의’를 적용해 구속한 사례도 있다. 권 변호사는 “노사관계에 편파적으로 개입하는 검찰 공안부를 폐지하고 노동사건에 대한 개입을 중단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또 검찰은 지난해 원청업체와 적법하게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노조 전임자 급여를 지급받은 경기건설노조 간부 등에 대해 ‘공갈·갈취 혐의’를 적용해 구속한 사례도 있다. 권 변호사는 “노사관계에 편파적으로 개입하는 검찰 공안부를 폐지하고 노동사건에 대한 개입을 중단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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