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766곳 설문, 건설·통신·금융업 많아
22%는 눈치보기…‘제2 이랜드 노사갈등’ 곳곳 잠복
22%는 눈치보기…‘제2 이랜드 노사갈등’ 곳곳 잠복
대기업 10곳 가운데 3곳이 기간제(계약직) 노동자가 해온 업무를 도급·위탁 등으로 외주용역기업에 넘길 계획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의 무리한 외주화로 촉발된 이랜드사태와 비슷한 노사갈등이 곳곳에 잠복해 있는 셈이다.
6일 노동부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3~26일 300명 이상 사업장 766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기간제 노동자를 두고 있는 520곳 가운데 30.2%가 이들이 해온 업무를 외주화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주화 계획이 있는 업체의 59.9%는 기간제 노동자가 맡고 있던 업무의 30% 미만을 외주화하겠다고 답했지만, 7.6%는 기간제 노동자 업무의 90%를 외주화하겠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건설업(42.9%) △음식 및 숙박업(47.1%) △통신 및 금융업(40.8%) 등에서 외주화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이에 대해 장의성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외주화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고용조건이 하락할 수 있어 무리한 외주화 전환을 자제하도록 행정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간제 노동자의 업무를 노동자 파견 업체에 맡길 계획이 있는 기업도 16.3%인 85곳이었다. 또 이 가운데 14곳은 기간제 노동자가 해온 업무의 50% 이상을 파견노동자에게 맡길 예정이다. 특히 현재 파견노동자를 쓰고 있는 기업 355곳 가운데 58.6%인 208곳은 ‘계속 파견 노동자를 쓰되, 2년마다 교체하겠다’고 밝혀, 기업이 2년 넘게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면 직접 고용의무를 져야 하는 파견법의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했다.
현재 근무중인 기간제 노동자에 대한 관리계획을 묻는 질문에서 520개 기업 가운데 21.7%가 ‘법이 정한 2년 안 계약유지 뒤 계약종료’를 1순위로 꼽았다. 이들 기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해고 위기에 놓여 있는 셈이다. 또 조사 대상 기업 가운데 22.2%인 170곳은 “비정규직법 시행에 대비한 계획이 없지만 다른 기업의 대응을 지켜본 뒤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관망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기간제 노동자가 있는 520개 기업 가운데 65.6%인 341곳이 앞으로 정규직 전환 계획이 있다고 답했지만 그 규모는 이들 기업의 기간제 노동자 11만3900여명 가운데 27.2%인 3만1002명에 지나지 않았다. 또 지난 1~6월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한 기업은 280곳, 수는 7892명으로 집계됐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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