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뉴코아·홈에버 사태 일지
‘고용보장’ 싸고 평행선…전문가들‘노·사 모두 기대치 낮추는게 우선’
교섭방식 늘리고 실질적 양보를
이랜드그룹 노사가 잇따른 점거 농성과 강제 해산을 거친 뒤인 지난달 31일 이후 교섭 자리에서 6차례 머리를 맞댔지만 진전 없이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촉발시킨 비정규직법에 대한 보완책이 당장 마련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노사 양쪽 모두 기대 수준을 어느 정도 낮춰야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에도 노사는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교섭을 가졌으나 두달 넘게 파업을 해온 노조원들이 일터로 복귀할 만한 ‘타협의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홈에버는, 노조의 ‘3개월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고용보장’ 요구 등을 놓고 노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회사 쪽은 최근 교섭에서 6개월 이상 계약직 직원에 대한 재계약을 중단할 경우 유급 전직기간 1개월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으나, 노조 쪽은 ‘고용안정을 위한 실질적 방안’으로 볼 수 없다며 거부했다.
이처럼 장외에선 물리적 충돌이 거듭되고 장내의 노사 교섭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상급단체에 교섭권을 위임하는 등 다양한 교섭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지난 2000~2001년 이랜드노조가 265일 동안 파업을 벌였을 때도 노조의 상급단체인 화학섬유연맹과 경총이 교섭권을 위임받아 타협점을 찾았다”며 “회사 쪽이 실질적 양보안을 내야 하고, 노조도 무리한 요구는 양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회사 쪽은 지난 6일 △노사 모두 상급단체에 교섭권 위임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노사정 3자간 협의 진행 등의 교섭방식을 제안했지만, 노조 쪽의 거부로 진전을 보진 못했다. 홍윤경 이랜드일반노조 위원장직무대행은 “일반적인 임금인상을 위한 교섭이 아니라, 비정규직 직원들의 생존권이 달려있는 교섭이라 중간자적 위치의 제3자가 타협할 사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노조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노동위원회 등 정부 관련기관에 대한 불신이 큰 데다,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 민주노총과도 현안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상급단체에 교섭을 위임하더라도, 노사가 서로 기대 수준을 낮추지 않는다면 갈등 해소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성희 중앙노동위원회 사무국장은 “이랜드 사태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노동계와 재계의 대리전으로 받아들여져 양쪽 모두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며 “이 때문에 노사 모두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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