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트라팩 노조와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회원들이 13일 서울 종로구 스웨덴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국적 기업인 테트라팩의 경기 여주 한국공장 철수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테트라팩 노조 “강성노조탓 철수 억지주장” … 회사 “생산감소로 한국공장 폐쇄”
한국에 생산공장을 운영해온 다국적 기업이 뚜렷한 이유 없이 공장을 폐쇄하자, 노동자들이 본사가 있는 스웨덴까지 원정투쟁에 나서기로 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식품·음료 포장용기를 제조하는 다국적 기업 테트라팩의 한국 내 공장 노조인 한국테트라팩노조는 13일 오전 서울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회사 쪽이 지난해 6월부터 장기 평화선언 및 단체행동 중단 등을 요구하며 ‘수용하지 않으면 공장을 철수하겠다’고 협박해 오다, 결국 ‘강성 노조 때문에 공장을 가동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장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노조는 “20년 넘게 흑자를 내온 한국 공장을 폐쇄한 테트라팩은 전형적인 ‘먹튀 자본’”이라며 정장훈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 10여명이 오는 22일 출국해 스웨덴에 있는 본사를 항의방문하겠다고 밝혔다.
테트라팩은 1988년부터 경기도 여주에 생산공장을 운영해 오다 지난 5월9일 희망퇴직에 반대한 직원 22명을 최종적으로 해고한 뒤 공장을 폐쇄했다.
그러나 한국테트라팩은 “지난 5년 동안 생산물량의 감소와 품질 저하가 있었기 때문에 본사에서 한국 공장의 철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유리 제조업체인 다국적 기업 한국세큐리트도 지난 10일 인천공장을 폐쇄하기로 해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윤진호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다국적 기업이 인건비 등을 고려해 유리한 생산 환경을 찾아 생산공장을 옮기는 현상이 심화할수록 전반적인 노동조건의 저하와 고용불안을 초래하게 된다”며 “이런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기준과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