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대투쟁 20주년 토론회 “비정규직과 매개고리 필요”
1987년 노동자대투쟁, 1997년 노동법개정 총파업. 10년 전, 20년 전 거리는 붉은 머리띠를 묶은 노동자들로 넘쳐났다. 그러나 그 많던 노동자들은 2007년 다 어디로 갔을까.
민주노총이 스스로 “지금 한국의 진보적 노동운동은 대중들의 ‘침묵’이라는 반란에 직면해 있다”며 자아비판에 나섰다. 이수봉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4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87노동자 대투쟁 20주년 기념토론회’에서 “90년대 중반부터 거의 한해도 거르지 않고 총파업을 선언했는데 여기 참여한 노조원들은 많아야 7~8만명에 불과했다”며 “왜 총파업을 호소하는 민주노총의 절규는 메아리가 없는가”라는 질문으로 자기반성을 시작했다. 이 정책연구원장은 87년 이후 노동운동의 이론이 사라지고 정파조직이 분열한 상황 등을 하나하나 짚으며 “무언가 막혀있는 느낌”이라고 위기의식을 털어놨다.
몇몇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외로운’ 싸움을 하고있는 최근의 상황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정책연구원장은 “비정규직 연대를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 투쟁은 중간 간부들을 설득해서 행동의 결의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했고 조합원들에게 다가가지도 못했다”고 진단했다. “(비정규직처럼) 절박한 곳은 싸우고, (대기업 노조처럼) 여유있는 곳은 손을 놓고 있는 사태”가 걱정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노총은 정규직 고임금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싸우자”고 설득하지만 ‘노동자는 하나’라는 구호가 잘 통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거론하며, 일부에서 이런 정규직 노조에 대해 ‘노동귀족’ ‘대기업노조 이기주의’라는 비난도 쏟아낸다고 지적했다.
이 정책연구원장은 “지금의 정규직 고임금 노동자들은 87년 당시의 배고프고 비민주적인 사업장의 날카로운 눈빛의 노동자는 분명 아니다”라면서도 “그렇다고 이들을 ‘배가 불렀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매개고리가 만들어진다면” 언제든지 ‘연대’의 희망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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