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일자리 돌려달라” 프랑스 본사로…

등록 2007-09-05 20:43수정 2007-09-10 17:25

지난해 3월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노조 설립 뒤 20일만에 해고된 채희진씨(왼쪽에서 두번째) 등 전 우진산업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에서 ‘프랑스 원정투쟁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지난해 3월 라파즈한라시멘트의 사내 하청업체에서 일하다 노조 설립 뒤 20일만에 해고된 채희진씨(왼쪽에서 두번째) 등 전 우진산업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에서 ‘프랑스 원정투쟁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민중의례를 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라파즈한라시멘트 하청
우진산업 해고 노동자 3명
“노조설립 이유로 해고 억울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비정규직이라도 좋으니 일자리만 돌려달라”는 절박한 외침이 강원도 옥계에서 서울을 거쳐, 이번엔 프랑스로 날아간다.

지난해 5월부터 530여일째 복직 싸움을 벌여온 우진산업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채희진(42)씨 등 3명이 5일 프랑스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프랑스에 있는 라파즈한라시멘트의 본사를 찾아 부당해고를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노조를 설립하기 전인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이 회사의 사내하청업체였던 우진산업 옥계공장에서 덤프트럭 등을 몰던 이들이었다. 시간급 3200원을 받았던 이들은 하루 17시간 이상씩 잔업을 하고도 100만원 남짓한 월급을 손에 쥐었다. 이들이 노조를 설립하자 회사는 20여일만에 문을 닫았다. 동시에 노조원 11명에게는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해고가 통보됐다.

그해 5월 서울로 올라온 채씨와 진종길(32)씨 등 해고 노동자들은 라파즈한라시멘트 서울사무소가 있는 아셈타워 앞 등지에서 단식·천막 농성을 벌이며 외로운 복직 투쟁을 계속해왔다. 진씨는 “몇 달은 달마다 70만원씩 나오는 실업급여로 버텼다”며 “원래 우진산업에서 일할 때도 기본급이 78만원밖에 되지 않았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싸움이 장기화되면서 동료들이 하나 둘씩 이탈했다. 채씨는 “노조에서 탈퇴한 사람들이 새로 생긴 하청업체에 복직하기도 했다”며 “회사 쪽이 노조 탈퇴를 조건으로 회유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제 이들은 6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의지는 더 굳건해졌다고 진씨는 전했다.

결국 라파즈한라시멘트 쪽은 최근 “하청업체 3곳에서 3명을 고용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돈으로 보상하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그러나 채씨와 진씨 등 6명은 이를 단호하게 거부했다. 채씨는 “식당일을 하며 뒷바라지하는 아내조차도 그동안 ‘박봉의 회사에 왜 굳이 다시 들어가려느냐’며 투쟁을 만류했지만, 단지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부당해고한 회사의 조처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종식 라파즈한라시멘트 상무는 “중노위도 ‘(라파즈한라시멘트는) 이들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책임이 없다’고 판정했다”며 “더 이상 회사가 할 일은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화학섬유노동조합 노조원들이 ‘쌈짓돈’을 모아 쥐어준 비행기표를 들고 공항을 향하던 채씨는 “기약없는 여정이 될지도 모르겠다”며 침침해지는 눈을 훔쳐냈다. 그는 해고 뒤 받은 심한 스트레스로 왼쪽 안구에 물혹이 생겨 시력을 잃을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은 상태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