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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노조, 실리추구보다 취약계층 보호 힘써야”

등록 2007-09-19 21:06수정 2007-09-19 21:12

노조 조직률과 조합원수 추이 / 국민들이 보는 노조활동의 현재와 향후 기대
노조 조직률과 조합원수 추이 / 국민들이 보는 노조활동의 현재와 향후 기대
노동연구원 ‘87년 이후 노동 20년’ 토론회
1987년과 2007년, 20년 사이 한국사회 노동 지표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노동조합 조직률은 떨어지고, 노조활동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선도 늘었다. 예전과 달리 국민은 노조가 근로조건 개선 등 ‘지나친 실리추구’보다는 취약계층 보호·고용안정 등 ‘사회적 역할’에 힘써줄 것을 기대했다. 노동시장의 불안정성으로 소득불평등은 80년대 초반보다도 높아졌고, 외환위기 이후 등장한 ‘근로빈곤층’은 증가했다. 19일 ‘87년 이후 노동 20년’이라는 주제로 여의도 시시엠엠(CCMM)빌딩에서 열린 한국노동연구원 개원 19주년 기념토론회에서 나온 분석 결과다.

노조활동에 대한 국민의식 변화
‘노조 요구 정당’ 응답 1989년 67%→2007년 41%
국민신뢰도 정부·기업보다 뒤져…‘사회적 역할’ 기대

■ 노조와 국민의 괴리 =“노동운동은 대중들의 ‘침묵’이라는 반란에 직면했다.” 이달 초 이수봉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이 한 토론회에서 토로한 자조 섞인 반성이다. 이런 노동운동계의 위기감이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확인됐다.

오계택 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이 19일 토론회에서 발표한 국민 2천명 의식조사결과를 보면, 노조활동이 강화됐을 때 경제성장에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16%에 그쳤다. 1989년 노동연구원의 ‘국민 1500명 설문조사’ 때 53.3%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또 노사협상에서 노동자 요구가 ‘정당하다’는 의견도 89년에는 67%였지만, 이번 조사에선 41.3%로 감소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선 가장 신뢰하는 기관으로 노조를 꼽은 국민이 5.4%에 불과했다. 시민단체(41%)와 언론(15.2%), 정부(11.9%)는 물론이고 기업(7.2%)에 비해서도 뒤쳐지는 평가였다.


그런데도 국민은 노조에 여전히 ‘기대’를 걸고 있었다. 응답자의 35.4%는 ‘정치적 민주화’에, 40.2%는 ‘사회불평등 개선’에 노조의 긍정적 구실을 바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노조는 어떻게 변해야할까? 국민은 노조가 현재 근로조건 개선(59.5%)-고용안정(13.6%)-정치활동(11.8%)에 힘쓰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는 취약계층보호(32.7%)-고용안정(32.6%)-제도개혁(21.2%)에 집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노조의 구실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현실이 크게 다른 셈이다. 오 연구위원은 “(이번 조사에서) 대개 정규직 대기업 노조에 대한 국민의 의식이 반영됐다는 한계가 있지만, 노조들과 국민의 괴리가 커질수록 노조의 사회적 고립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조직률도 20년 동안 크게 줄었다. 1987년 6월말 15.7%에서 그해 말 18.5%로 치솟았던 노조조직률은 2005년에는 10.3%까지 떨어졌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조합원 수는 150만~160만명으로 큰 변화가 없지만, 노동운동의 조직화 전략이 임금근로자 수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노조 조직 현황에서 차지하는 산업별 비중도 제조업이 43.1%에서 27.6%로 줄어든 반면, 보건복지·음식숙박업 등 서비스업은 11.9%에서 30.4%로 크게 늘었다.

빈곤층 양산하는 고용 현실은
비정규→정규직 옮길 가능성 13.8% ‘유럽의 절반’
실업보다 임시·일용직 등 질 낮은 일자리가 문제

■ 저소득층 ‘빈곤 수렁’ =“60만원 박봉에 가족 넷의 생계가 달려있었죠.” 서울 송파구청에서 5년 동안 전화안내를 하다 해고된 비정규직 노동자 임정재(51)씨의 말이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데이터센터 소장은 ‘노동시장 불안정과 소득불평등 심화’라는 발제를 통해 임씨처럼 빈곤으로 내몰리는 저소득층이 외환위기 이후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87~96년에는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가라는 ‘열매’를 따먹었을 수 있었지만, 2003년 이후에는 최하위층 실질소득이 절대적으로 감소하면서 소득불평등이 점점 심해졌다. 특히 일자리가 줄어들고 비정규 고용이 자리잡으면서, 상대빈곤율(가구소득이 중위소득 50% 미만인 개인의 비중)은 외환위기 이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2006년 도시근로자가구의 상대빈곤율은 10.8%로 82년(10.2%)보다도 높았다.

더 큰 문제는 빈곤층 가운데서도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이 59.9%이며, 일을 하고 있는 근로빈곤층도 30.6%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실업이 문제가 아니라, 임시·일용직이나 영세자영업 등 일자리의 ‘낮은 질’이 문제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저소득층에서 ‘탈출’도 쉽지 않다. 이 소장의 분석을 보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옮아갈 가능성은 13.8%로 유럽연합 15개국 평균 30.5%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 소장은 “성장-고용-복지의 선순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시장의 불안정성과 소득불평등 심화 등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취약계층의 몫으로 떠넘겨지고 있다”며 “일할 능력이 있는 계층에게 일자리를 주는 등 고용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변화한 고용시장=지난 20년 동안 고용시장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장지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 결과, 가장 뚜렷하게 고용률이 떨어진 집단은 청년층 남성이었다. 청년층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은 비교적 성공적이었으나, 30~40대 여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임금체계에도 변화가 있었다. 1996년까지는 100인 이상 사업체 중 호봉제를 폐지하거나 연봉제를 도입한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외환위기 뒤 연봉제와 성과배분제 도입이 급격히 늘어나 각각 35%와 20% 선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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