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산으로 갈 승합차를 운전할 예정이었던 ㅇ 과장이 등산모임 하루 전인 5일 저녁 7시 37분에 ㅈ 과자한테 보낸 문자메시지.
“강원강릉방향으로가는데목적지오느겠음이동수강구바람”
삼성그룹 과장급 간부들의 금오산 모임 전날인 5일 저녁 7시37분, 천안 공장 ㅈ과장의 휴대전화에 맞춤법도, 띄어쓰기도 제대로 안 된 문자메시지가 들어왔다. 금오산으로 갈 9인승 승합차를 운전하기로 돼 있던 ㅇ과장이었다. 그는 “수원 공장의 새로운 전지사업 부문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 수원에 같이 가보자”는 상사의 말에 이끌려 출장을 간 길이었다. 인사팀 사람도 함께 출장길에 올랐다. 이들은 수원 공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ㅇ과장한테 “내일 등산모임에 가지 않는 게 좋겠다. 얘기를 좀더 하자”며 차를 강원도 쪽으로 몰았다. 체념한 ㅇ과장은 동료들에게 다른 이동수단을 찾아보라고 문자메시지를 띄운 것이다.
삼성 쪽은 희망퇴직 대상자들의 자발적 모임을 다양한 방식으로 방해했다.
천안 공장의 ㅅ과장은 “5일 저녁 그룹장과 팀장이 찾아와 ‘모임에 가지 마라’면서 집에서 버텼다”며 “밖에 나가 담배 한 대만 피우고 오겠다면서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천안 공장의 ㅂ과장과 ㅇ과장은 5일 오후 비슷한 시각에 팀장들과 각각 면담을 했다. ㅂ과장은 “팀장이 ‘ㅇ과장이 모임에 가지 않게 됐는데, 당신만 가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ㅇ과장도 “우리 팀장은 ‘ㅂ과장도 안 간다’면서 나를 술자리로 데려가 모임 탈퇴를 권유했다”고 말했다. 이튿날 새벽 1시께 모임 참석을 위해 천안역에서 만난 두 과장은 서로 “안 가기로 했다면서?”라고 물었다.
천안 삼역모 대표인 ㅈ과장은 “지난 5월2일과 9월2일에도 모임을 시도했으나 회사 쪽이 운전을 맡은 동료를 못 나오게 막아 모임이 좌절됐다”며 “이는 삼성에서 10년 동안 변하지 않고 써먹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에스디아이 이경상 홍보부장은 “등산모임에 가는 것을 막기 위해 누구를 다른 지역으로 데려간 적이 없으며, (상사가 집에 찾아간 것은) 회사 차원에서 팀 단합을 위해 사원들 가정에 방문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하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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