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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프 시민들 ‘고용차별’ 맞서 의회통과 법안마저 저지

등록 2007-10-10 20:22

파리 소르본느대학 부근 만남의 광장이 젊은이들과 시민들로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봄 프랑스 정부의 최초고용계약법 입법 추진에 맞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파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파리 소르본느대학 부근 만남의 광장이 젊은이들과 시민들로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봄 프랑스 정부의 최초고용계약법 입법 추진에 맞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졌던 곳이다. 파리/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차별없는 노동 차별없는 사회 2부 대안을 찾아서
① 경제논리 이겨낸 공존의 사회
‘26살 미만 첫고용 2년안 해고 가능’ 발끈 300만명 시위
“노동유연성 강화냐” “고용안정성 유지냐” 논쟁은 지속

“파리는 항상 이(齒)를 드러내고 있다.” 빅토르 위고의 말이다. 파리는 사회 불의에 맞서 으르렁대지 않으면 웃는다는 뜻이다. 2006년 봄 최초고용계약법(C.P.E.)에 맞서 으르렁댔던 파리는 1년 반이 지난 지금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웃고 있는 듯했다.

당시 두 달 동안 경찰이 출입을 통제했던 소르본느 광장에서 만난 젊은 학생들은 승리로 끝난 에피소드를 상기하는 듯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프랑스 사회는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 그러나 노동유연성 강화냐, 고용안정성 유지냐의 논쟁은 지속되고 노사간 힘의 관계는 불안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최초고용계약법은 한국의 비정규직법에 비하면 사소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26살 미만의 노동자를 처음 고용할 때에 한해 2년 동안 계약기간을 둘 수 있고, 그 기간 안에는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게 주 내용이다. 그 뿐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프랑스 젊은이들을 분노케 했다. 학생들은 동맹휴학에 들어갔고 거리 시위에 나섰다. 대학생, 고등학생들이 앞장서고 노동자들이 연대해 참가한 반대 시위 규모는 전국에서 30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우파 청년학생조직이 주도한 찬성시위도 있었지만 반대시위에 견줘 연인원으로 500분의 1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정부는 거리 시위의 동력과 우세한 반대 여론에 굴복해 이미 의회를 통과한 법안을 스스로 철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프랑스의 정규직 비율은 숙련노동자의 경우는 82%, 미숙련노동자라도 70%에 이른다. 비정규직도 파트타임, 계약제, 계절노동자 등이며 자발적인 경우가 많다.

학생들은 최초고용계약법을 ‘한 번 쓰고 버린다’는 뜻으로 ‘클리넥스’ 계약이라고 불렀다.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은 함께 꾸린 연대회의 성명에서 “(최초고용계약법은) 젊은 세대에 대한 차별의 제도화”로서 “궁핍을 강화시키며 실업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선배들의 위대한 투쟁으로 얻은 권리를 희생시키는 법안”이며 “정규직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고3 학생이었고 현재 툴루즈 법대 2년생인 아리안느(20)씨는 “노동권을 실추시키는 앵글로 색슨식 자유주의 제도”에 반대해 시위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애초 최초고용계약법 입법 취지는 프랑스 전체 실업률 9%에 견줘 23%의 높은 실업률을 보이는 청년 실업을 극복하겠다는 것이었다. 사용자들이 프랑스의 고용보장 정책 때문에 고용을 기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올해 선거에서 재집권에 성공한 우파정권은 다시금 노동유연성 강화를 꾀할 것인가? ‘연대단결민주(SUD) 노조’의 활동가 베르벤느 안젤리씨는 “다시 시도야 할 수 있겠지만 최초고용계약법 사태의 경험은 그 한계를 분명히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정권이 또다시 비정규직의 확대를 시도한다면 ‘새로운 사회적 권리를 위해 공세를 취하지는 못하지만 이미 획득한 권리는 지킨다’는 프랑스 시민사회와 일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파리/홍세화 기획위원 hong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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