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원 거부감 작용한듯…노동자 내부서도 ‘차별벽’
금속노조 3자협의 열기로
기아차 정규직-비정규직 노조 집행부 사이에 합의됐던 조직 통합(<한겨레> 9월6일치 12면)이 정규직 노조 대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규직 노조인 기아차지부는 지난 9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노조와의 조직통합건을 의결에 부쳤으나 참석 대의원 33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83명이 조직통합에 반대해 부결됐다고 12일 밝혔다. 그동안 기아차 사내 협력업체 직원 800여명은 금속노조 경기지부 소속으로 비정규직지회를 별도로 결성해 활동해 왔지만, 실질적 사용자인 기아차 쪽의 단체교섭 거부 등으로 노조 활동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들은 지난 8월 말 파업을 벌이다 정규직 노조가 통합을 제안해 오면서 쟁의행위를 중단한 바 있다.
박덕제 기아차지부 정책실장은 “(일부 대의원들의 경우) 식당일을 하는 외주업체 노동자들까지 같은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 것 같다”며 “도장공장 점거 등 비정규직 노조의 잦은 파업을 바라보는 정규직 조합원들의 정서적 괴리감도 컸다”고 말했다. 기아차 비정규직지회는 11일 긴급특보를 내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의 벽을 다시 느꼈다”며 “노동자 내부의 분열은 (비정규직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회사 쪽에만 이로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현대차지부도 지난 6월 대의원대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부여하기 위한 규약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연초에 이어 올해만 두 번째 ‘부결’이었다. 정규직 노조들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일본 도요타노조가 9천여명의 비정규직을 순차적으로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금속노조의 한 간부는 “현대차의 경우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의 규모가 1만명에 이르기 때문에, 이들이 정규직 노조로 편입될 경우 전체 조합원 가운데 20%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며 “정규직 중심이었던 노조의 활동 방향 자체가 상당부분 바뀌어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1사 1노조’ 원칙을 강조해 온 금속노조는 고심 끝에 15일 본조와 기아차지부, 기아차 비정규직지회 등이 모인 가운데 3자협의를 열기로 했다.
정이환 서울산업대 교수(사회학)는 “노조 집행부들은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어려운 조건을 호소하고 있지만, 노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점점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비정규직과의 연대를 실천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