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공간 1인승무가 큰 원인”
서울 도시철도를 운전하는 기관사들의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은 지하철 5~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도시철도 노·사의 의뢰를 받아 기관사 961명 중 836명을 대상으로 특별 건강검진을 해보니 우울증 증상을 보이는 환자의 비율이 일반인보다 2배나 높게 나타났다고 28일 밝혔다. 충격적 경험을 반복해 떠올리는 과민상태가 계속 이어지는 증상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일반인보다 4배, 극심한 공포감 속에 정신발작을 일으키는 공황 장애는 7배나 높은 비율을 보였다.
특히 지하철 승객들의 사상 사고나 사고가 날뻔한 경험, 승객과의 갈등, 비상벨로 인한 정지 등을 겪은 기관사들일수록 우울증에 걸리는 확률이 높게 나왔다.
김형렬 가톨릭대 산업의학과 교수는 “주로 지하 공간에서 1인 승무로 일하는 기관사들의 열악한 업무 환경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산업재해로 인정되고 있는 공황 장애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뿐만 아니라 우울증도 업무와 연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사상 사고 뒤 기관사의 정신과 상담, 휴가 등 구체적인 작업 복귀 프로그램 마련 △기관사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예방·보호 △2인 승무 등의 대책을 서울도시철도공사 쪽에 권고했다.
도시철도노조 이병근 승무본부장은 “도시철도공사는 기관사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사상 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즉시 2인 승무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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