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의 박성수 회장
‘2만원짜리 런닝티 너무 비싸다’ 등 내용… 회사쪽 “자문한 것”
이랜드그룹의 박성수 회장이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증인 출석 요구에 끝내 응하지 않았다. 노조 쪽은 이날 “2000년 이후로 박 회장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회사 쪽 주장과 달리 박 회장이 각종 업무에 간여해온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공개하고, “박 회장이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설 것”을 거듭 촉구했다.
홍준표 국회 환노위원장은 이날 노동부 국정감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출석 요구를 받은) 박성수 회장이 미국에서 회사 업무를 보고 있다는 이유로 오늘도 출석하지 않았다”며 “불출석에 대한 후속 조처는 교섭단체 간사 위원들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지난달 23일에도 국회의 증인 출석 요구에 불응한 바 있다.
노조 쪽은 이날 박 회장이 그룹 계열사들의 매장을 직접 방문해 ‘컨설팅’이라는 명목으로 시시콜콜한 업무 지시를 내리는 등 실질적으로 경영에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이랜드 계열사 간부들의 전자우편 18통을 제시했다. 이 전자우편들에는 ‘P’ ‘HJN’ ‘회장님’ 등으로 지칭된 박 회장이 직접 업무 지시를 내린 내용들이 담겨 있다.
‘2001 아울렛’ 광명점장 정아무개씨가 2005년 5월 매장 관리자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을 보면 ‘회장님 현장 컨설팅 기록’이라는 제목 아래 ‘2만원짜리 런닝티는 너무 비싸다’ ‘한과업체는 에이(A)급인지 확인해라’ 등 80여 가지의 지시 사항들이 담겨 있다. 또 다른 전자우편에는 박 회장이 한 계열사의 식품사업부에서 출시하는 새 브랜드에 대한 평가하거나 특정 사업부의 위탁경영에 대해 지시한 내용이 들어 있다.
배재석 이랜드노조 지도위원은 “계열사 대표이사들이 1년이 못돼 교체되기도 할 뿐더러, 이들 대표이사의 사내 직위도 차장에서 부장, 전무까지 다양해 실질적 영향력이 없다”며 “계열사 본부장이 대표이사를 건너 뛰고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그룹의 한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낸 이아무개씨는 “박 회장이 매주 정기적으로 사업부문장이나 브랜드장으로부터 업무 보고를 받고 비서실을 통해 컨설팅 일정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를 근거로 “파업 133일째를 맞은 이랜드 사태 해결의 열쇠는 박 회장이 쥐고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의 김연배 뉴코아 관리담당 이사는 “(비정규직 문제는) 국회에 사유서를 제출한 대로 각 계열사 대표이사의 책임 아래 진행된 일”이라며 “다만 회장은 관심 분야에 국한해 매장을 직접 방문하고 자문을 해주기도 하지만,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차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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