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분신’ 인천 전기공사 업체 위법관행
단병호의원 “노동부 미온적 대처가 화근”
단병호의원 “노동부 미온적 대처가 화근”
인천지역 전기공사 업체들이 임의로 노동자들의 소속 업체를 바꾸거나, 사회보험료 부담금을 줄이려 임금을 거짓 기재하는 등 불법 행위를 일삼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과 건설노조가 공개한 ‘인천지역 전기공사업체들의 위법사실’ 자료를 보면, 지난 1998년 1월 인천의 ㅅ업체에 입사한 이아무개(35)씨는 올해 초 은행대출을 받으려 직장 관련 서류를 준비하다 자신이 엉뚱한 회사에 고용돼 있는 사실을 알게 됐다. 확인 결과, 이씨는 98년 1월부터 2007년 3월까지 모두 7차례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소속 업체가 바뀐 사실도 밝혀졌다. 지난 1~2월에는 계속 일을 했지만 어떤 업체에도 소속되지 않아 건강보험공단에서 지역 가입자로 분류되는 낭패를 겪기도 했다. 이씨는 “근로계약서를 한번도 쓴 적이 없다”며 “입찰을 받으려면 자격증 보유자가 있어야 해 업체들 마음대로 옮기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일을 하지 않은 일용직 전기공들이 마치 일을 한 것처럼 근로대장을 허위로 꾸미기도 했다. 인천지역의 건설업체인 ㅂ업체는 ㅅ씨 등 노동자 11명이 2004년 3~12월 일한 것처럼 거짓으로 근로대장을 만들었다. ㅂ업체는 그해 11월 ㅅ씨 등에게 거짓 근로기간 동안의 근로소득세 등을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써주기도 했다. 송주현 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을수록 법인세를 덜 낼 수 있어 업체들이 관행적으로 허위 근로대장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업체들은 사회보험료를 줄이려 해당 공단에 소득을 축소해 신고하고 있다고 건설노조는 주장했다. 단 의원도 인천지역 건설노조 전기분과 소속인 조아무개씨의 지난 3월 급여명세서를 분석했더니, 사업주와 조씨가 납부해야 할 적정 국민연금 납부액은 각기 14만5350원씩인데 실제 납부된 금액은 5만4450원에 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갑근세나 주민세는 적정액으로 맞춰져 있어, 사회보험료를 줄이려 한 의혹이 짙다.
지난 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국정감사에서 단 의원은 “전기공사 업체들의 위법 사실이 많은데, 노동부가 이에 단호하게 대처했다면 분신이라는 사태를 막을 수 있지 않았겠느냐”고 따진 바 있다.
노동부는 “(인천지역 전기공사 업체 14곳에 대해) 5일부터 7일까지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계획이며, 이들 사업장에선 오랜 기간 고질적 문제들이 있는 것으로 보여 철저하게 조사를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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